日 북한전문가 "'핵담판 무산', 김정은에 더 큰 실점"

입력 2019-03-01 11:59  

日 북한전문가 "'핵담판 무산', 김정은에 더 큰 실점"
이소자키 교수 "金 대미비난 재개시 대화 길 좁아져…2년전 미사일공포 회귀는 안돼"
니시노 교수 "회담 완전한 결렬이라 말할 수 없어…비핵화 추진 과정의 통과점"
아사히 "북미 양측에 큰 오산 있었다"…요미우리 "한반도 화해 분위기 정체 예상"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북한과 미국이 2차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합의에 실패한 것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더 큰 타격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일본 전문가로부터 나왔다.
일본의 북한 문제 전문가인 이소자키 아쓰히토(磯崎敦仁) 게이오(慶應)대 교수는 1일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회담의 결과가 좋지 못한 것은 향후 수십년에 걸쳐 정권을 유지하려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큰 실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소자키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퇴임까지 '북한과 협상을 하고 있다'는 느낌만 주면 일정 정도의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북한은 미국의 다음 정권이 대북 정책을 바꾸면 곤란한 상황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중 가능한 한 (협상을) 진전시키고 싶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김 위원장도 '완전한 비핵화'를 직접 말하면서까지 북미 회담에 운명을 걸고 있다"며 "김 위원장에게 제재완화 같은 성과 없이 북한에 돌아가는 것은 상당히 괴로운 일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만약 국내를 향해 미국을 향한 강한 비난을 재개하게 된다면 대화의 길이 더 좁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소자키 교수는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반응과 관련해서는 "최대한의 압력을 강조해온 일본이 '안이한 타협을 하지 않았다'며 긍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미사일 공포에 휩싸여있는 2년 전의 사태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인의 생명과 인권에 관한 문제가 회담의 의제가 됐다는 것만으로 기뻐할 수는 없다"며 "일본 정부가 주도적으로 외교력을 발휘해 상황을 진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타니 데쓰오(小谷哲男) 메이카이(明海)대 교수는 북미간 협상이 결실을 맺지 못한 이유로 북한측이 트럼프 대통령이 양보할 것이라고 잘못 예상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을 볼 때 북미가 실무 차원에서 협상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아니다'고 판단할 때는 협상 자리를 떠나는 스타일인데, 협상이 생각대로 가지 않으면 (합의서에) 서명하지 않는 스타일임을 북한에 보여줬다"고 말했다.
니시노 준야(西野純也) 게이오대 교수는 "회담이 완전한 결렬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며 "이번 정상회담을 비핵화를 추진하는 프로세스의 통과점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은 실무 차원의 협의를 계속하는 데 소극적이면서 정상 간 회담에서 한 번에 결과를 내려고 하는 자세를 보여왔다"며 "북한이 실무자 협의의 중요성에 대해 재차 인식을 한 뒤 앞으로의 교섭에 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 언론들은 1일자 조간신문에서 하노이 정상회담 소식을 일제히 1면 머리기사로 전하며 회담의 분위기와 두 정상의 발언, 전망 등에 대해 상세히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북미, 공동성명 보류'라는 제목으로 관련 소식을 전하며 "회담 결과가 한국에 충격을 줬다"고 보도했고, 아사히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의 교섭력을 과신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의 양보에 과한 기대를 하는 등의 큰 오산이 북미 양측에 있었다. 향후 협상이 불투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본 언론들은 회담이 남북 교류·협력 사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요미우리는 "비핵화 협의가 계속 정체되면 문재인 정부의 간판 정책인 한반도 화해의 정체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사히는 "김정은 위원장의 한국 방문이 불투명하게 됐다"고 전했으며 도쿄신문은 회담 결과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커다란 아픔"이라고 설명했다.


b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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