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기만 하다 우리 문화 가르치니 너무 뿌듯했어요"

입력 2019-03-04 10:00  

"배우기만 하다 우리 문화 가르치니 너무 뿌듯했어요"
전 세계에 한류 전파한 세종학당 문화 인턴 4인 인터뷰①
"학점 인정보다 더 큰 소득을 올렸어요"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태국은 3∼4월 최고 기온이 45도에 육박하는데 제가 딱 그 기간에 파견을 갔어요. 그런데 댄스 수업을 야외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거예요. 저를 포함해 학생들이 모두 수업 30분 만에 수업을 포기했죠. 겨우 실내 공간을 빌려 전신거울을 이어 붙여 강의실을 꾸민 뒤 댄스를 가르쳤어요" (배수영)
"키르기스스탄은 정규 교육과정에 미술 교육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요. 수강생 중에서 물감을 처음 사용해본다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이런 조건에서도 재능을 보이는 친구들을 발견할 때 '더 가르쳐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노승찬)
꿈 많은 청춘이 미지의 세계에 관심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새로운 문화에 몸을 내던지기엔 취업, 학점, 영어 성적 등 이들의 발목을 붙잡는 장애물이 한둘이 아니다.
'취업 보장 활동', '학점 연계 프로그램'이라는 문구에 눈이 반짝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해 한국문화를 전 세계에 전파하고 돌아온 노승찬(26·한성대학교 제품디자인학), 배수영(28·동아방송예술대학 방송연예케이팝), 이진호(26·동아방송예술대학 방송연예케이팝), 윤빛나(24·한국예술종합학교 가야금학)씨가 세종학당재단 문화 인턴에 지원하게 된 계기도 위와 비슷한 이유였다.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세종학당재단에서 만난 예술 인재들은 진로에 도움이 될 '나만의 특별한 경험'을 찾다가 문화 인턴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학교 후배가 먼저 다녀온 뒤 이야기해줬어요. 한국문화를 해외에서 직접 알릴 수 있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꼈죠. 후배가 현지 언어는 물론 다양한 것들을 배워왔더라고요"(윤빛나)
"케이팝 전공자라 앞으로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입사해 아이돌 인재를 뽑고 트레이닝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해외에 나가 제가 직접 케이팝에 관심 있는 대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다니 '딱 이거다' 싶었죠"(이진호)
지난 2013년 시작된 세종학당재단의 문화 인턴 사업은 지난해까지 총 92명의 청년을 전 세계 세종학당에 파견해 한류 전파에 앞장서고 있다.
프로그램 규모는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다. 사업 첫해 파견 인원은 2명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동아방송예술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한성대학교, 성신여자대학교 등 총 6개교에서 40명의 대학생이 뽑혔다.
이들은 지난달부터 순차적으로 출국해 리투아니아, 키르기스스탄, 중국, 대만, 호주 등에 설치된 세종학당 22곳에서 케이팝, 한국무용, 국악, 태권도 등 다양한 한국문화를 외국인에게 알릴 예정이다.
문화 인턴 선발 과정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일단 교내 선발을 통과해야 하고 그 뒤 재단 내 자체 심사를 거쳐 합격해야만 최종적으로 파견이 확정된다. 활동도 빡빡하다. 주 4∼5회 수업을 하고 전공 외 다른 분야도 교육을 함께 맡기도 한다.
"태국 수도 방콕에서 차로 7시간 정도 떨어진 마하사라캄 대학교 내 세종학당으로 파견을 갔어요. 1회에 2시간씩 주 2회 케이팝 강의를 진행했고요. 개인적으로 녹음 장비도 들고 가서 1주일에 1곡 정도 학생들의 노래를 녹음해줬어요. 처음에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걸 좀 어색해했지만, 나중에는 학생들도 욕심을 내더라고요" (배수영)

"제 전공은 아니었는데 저는 민화 그리기 1일 아카데미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제가 취미로 민화를 배웠거든요. 동양적인 색감, 민화 기법을 외국인들이 정말 좋아해요"(윤빛나)
문화 인턴이 빡빡한 활동을 수반하지만 이를 통해 얻는 이점도 크다. 파견 기간에 따른 학점 인정이 대표적 혜택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학점 인정보다 더 큰 소득을 올렸다고 말했다. 미래를 설계하는데 전공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배웠다는 것이다.
"전공을 살리면서도 해외 경험을 할 수 있는 방향이 없을지 계속 찾고 있었어요. 학교 게시판에 뜬 공고를 봤는데 학점 인정까지 해주는 거예요. 서류 마감 2일 전에 부랴부랴 접수했죠. 해외 캘리그라피 교육 수요가 있어 보였어요. 외국인 캘리그라피 교육을 위해 지금은 한국어 교원 과정도 듣고 있죠"(노승찬)
"지난주에 졸업하고 학과 조교가 됐어요. 조교로 일하면서 대학원에 진학해 교육자가 되는 길을 준비해보고 싶어요. 문화 인턴을 해보니 가르치는 게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했거든요. 교수가 돼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제 음악 작업도 하는 게 꿈입니다"(배수영)
sujin5@yna.co.kr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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