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봉사는 쓸데없는 오지랖이란 비아냥에 이제서야 대답 가능"
(마닐라=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첫 수업 때마다 도움을 주러 온 게 아니라 배우러 왔다고 말합니다. 남을 돕는 일일수록 겸손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죠."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 있는 한-필 인력개발센터(HRD)에서 한국어 강사로 활동하는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KOICA) 봉사단원 김치호(25) 씨는 2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봉사단 파견 교육에서 처음 배운 게 상대를 존중하라는 것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필 인력개발센터'는 코이카가 한국-필리핀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지난 2013년 건립한 곳이다. 젊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다. 애니메이션, 게임, 로봇공학, IT 프로그래밍 등 유망 분야 기술교육을 진행한다. 한국에 외국인 근로자로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위해 한국어도 가르친다.
한국외대 베트남어과에 재학 중인 김 씨는 휴학 후 2017년 10월 부임해 한국어 초급강좌 강사로 일한다.
그는 "중학생 때 캄보디아 해외 봉사를 다녀온 후 국제 원조 기구나 국제개발 비정부기구(NGO) 등에서 활동하겠다는 꿈이 생겼고 대학 졸업 전에 경험을 쌓으려고 봉사단 프로그램에 응모했다"며 "개도국에서 생활이 상상했던 것보다 힘들지 않은 데다 보람도 커서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했다.
한국어 강의는 오전과 오후로 나눠서 5주 간격으로 초급반 학생만 받고 있다. 학생들은 대부분 시간제 근로자로 일하고 있어서 본인이 편한 시간에 강의를 들을 수 있다.
한국 취업을 위해 필요한 한국어능력시험에 합격하기에 5주는 너무 짧다. 그래서 김 씨는 중급반 개설과 수료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워크북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강좌를 마친 학생들이 이어서 공부하려면 사설학원에 다녀야 하는데 수강료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며 "중급강좌가 생기면 제일 좋지만, 교사 수급 등 사정이 허락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워크북을 만들어 센터에 기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봉사단에 응모할 때 주변에서 국내에도 어려운 사람 많은데 굳이 해외 봉사를 갈 필요 있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 우리 먹고살기도 힘든 데 외국에 나가서까지 남을 돕는다는 게 쓸데없는 오지랖이라는 비아냥도 들었다.
1년 반 봉사활동을 해온 김 씨는 "이전에는 자신 있게 답변을 못 했는데 이제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해외 봉사는 개인의 보람이나 성취감보다 중요한 게 있는데 바로 자신이 국가대표라는 점"이라며 "수혜 당사국을 돕는 일이 결국 대한민국 브랜드를 높이는 일이므로 민간외교를 펼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씨는 봉사하면서 현지인들이 대한민국을 선진국이라며 부러워하는 것에 놀랐고, 여러모로 우리보다 낙후돼 있음에도 사람들이 밝고 친절한 것에 감동했다면서 후진국에 대한 선입견이 깨졌다고 밝혔다.
그는 코이카 봉사단 활동으로 세계관이 넓어졌고 한국인이라는 긍지와 약소국에 대한 존중의 가치관을 배웠다고 소감을 털어놓았다.
"우리 스스로가 선진국이라는 자부심을 가지면 자연스럽게 국제사회에서 그에 걸맞게 책임 있는 행동을 하게 될 거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뒤처진 나라라도 사고방식이나 문화마저 저급하지 않으므로 결코 무시하면 안 된다는 거죠."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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