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령 4곳을 돈세탁과 테러자금지원국으로 지정하려고 했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시도가 1일 사실상 무산됐다.
EU 28개 회원국 대표들은 이날 브뤼셀에서 만나 지난달 23일 집행위가 돈세탁과 테러자금 지원을 막기 위한 충분한 노력을 벌이지 않는다고 평가해 작성한 예비명단에 대해 논의한 결과, 이를 반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전해졌다.
앞서 집행위는 사우디를 비롯해 이란, 시리아, 파키스탄, 북한, 미국령 사모아, 미국령 괌,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23개국을 돈세탁 및 테러자금지원국으로 잠정 지정했다.
집행위가 마련한 이 블랙리스트명단은 28개 회원국과 유럽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최종 확정된다.
또 유럽의회와 EU 회원국들은 집행위가 작성한 명단에서 특정 국가를 빼거나 넣을 수 없으며 이 명단 전체를 승인하거나 거부할 수만 있다.
EU의 돈세탁 및 테러지원국 명단에 오르더라도 당장 제재가 부과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EU는 이들 국가에 속한 기관이나 개인과 거래할 때 의심스러운 돈 흐름은 없는지 철저히 확인할 것을 주문해 EU의 금융시스템이 돈세탁이나 테러자금을 위한 채널로 이용되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잠정 명단에 사우디와 4개 미국령이 포함되자 사우디와 미국 정부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은 EU의 각 회원국에 서한을 보내 사우디가 이에 포함된 것에 대한 부당성을 주장하며 사우디를 제외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사우디는 EU산 무기의 주요 고객 중 하나다.
미국 재무부도 명단 작성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며 EU 회원국들에 4개 미국 자치령을 명단에서 뺄 것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EU 28개 회원국 대표들은 이날 회의에서 돈세탁 및 테러자금지원국 명단 작성 과정에 당사국의 의견을 제대로 청취하지 않는 등 투명하고 신뢰할만한 절차를 밟아 결정된 게 아니라며 이를 승인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EU 회원국들은 오는 7일 EU 사법·내무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방침을 공식 채택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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