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자격상실 면하게 한 판결 의심"…해군 "벌금액 적정" 반박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자신의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수사 지휘하는 과정에서 사건을 숨기려다가 발각돼 구속됐던 군 법무관이 벌금형을 선고받아 변호사 자격 상실을 면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3일 법조계와 해군 등에 따르면 해군본부 보통군사법원은 지난해 6월 해군 1함대 사령부 소속 법무관이었던 손 모(32) 씨에게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공용서류 은닉 혐의로 벌금 1천400만 원을 선고했다.
손씨는 2017년 12월 17일 서울 은평구에서 음주 상태로 교통사고를 내 경찰에 입건됐다가 군인 신분이었던 점이 고려돼 군으로 사건이 이첩됐다. 사고 당시 손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경찰은 사건 기록을 1함대로 보냈다.
하지만 군에서 검사 역할로 수사를 지휘하는 보직에 있었던 손씨는 자신의 사건을 처리하지 않은 채 시간을 끌었다. 2015년 10월 임관해 사건 당시 대위였던 손씨는 수개월 뒤인 2018년 7월에 전역할 예정이었다
이런 사실을 파악한 해군은 손씨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압수수색 해 사무실에서 사건 관련 문서들을 찾아냈고, 음주운전 혐의뿐 아니라 공용서류 은닉 혐의도 적용해 2018년 3월 재판에 넘겼다.
수사 과정에서 구속됐던 손씨는 이후 석방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1심에서 선고된 벌금형은 군 검찰과 손씨 양측이 모두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고, 판결과 별도로 손씨는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아 예정보다 늦게 전역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손씨가 자신의 사건을 숨기려다가 구속된 바 있는데도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은 변호사 자격 상실을 피하게 해주기 위한 '봐주기 판결'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용서류 은닉죄의 법정형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형이고, 혈중알코올농도 0.1~0.2% 상태 음주운전은 6개월 이상 1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300만∼500만원의 벌금형으로 처벌된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람은 일정 기간 변호사가 될 수 없다. 서울 유명 대학의 법대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해 변호사시험을 통과한 손씨는 벌금형을 받아 법적으로 변호사 자격에 문제가 없다.
한 변호사는 "벌금형이 1천만 원 넘어가는 경우는 흔치 않다"며 "징역형 또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을 때 손씨가 변호사 자격을 잃게 되는 점을 고려한 판결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군 관계자는 "법정형과 과거 유사 사례 판례를 충분히 검토한 판결"이라며 "(비슷한 사건에서) 징역형을 선고한 판례가 거의 없고, 벌금 액수도 상한에 가까워 적정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재판에서 자백하고 반성한 점도 형량을 정하는 데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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