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다…가장 큰 동기는 가족"
"게임 방송, 구단이 원치 않으면 안하는게 맞다"
(온나[일본 오키나와현]=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새 외국인 내야수 카를로스 아수아헤(28)는 깍듯했다.
마치 군인처럼 양손을 몸에 단단히 밀착시킨 채 고개를 숙여서 공손하게 인사했다.
누가 가르쳐준 것인지는 몰라도 한국식 예의범절을 그대로 수용할 정도로 아수아헤는 열려 있었다.
양상문 롯데 감독이 아수아헤에 대해 "뭐든지 배우려고 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좋다"고 말한 이유를 짐작할만했다.
최근 일본 오키나와현 온나손에 있는 롯데 선수단의 스프링캠프 숙소에서 만난 아수아헤는 가족을 위해서 한국에 왔다고 소개했다.
그는 "난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다"며 "내가 하루하루 힘을 내고 동기 부여를 받는 요인은 바로 가족"이라고 했다.
아수아헤는 여자 친구는 있지만, 아직 결혼은 안 했다. 부양해야 할 가족은 은퇴를 앞둔, 60대에 접어든 부모님이다.
그는 "부모님이 은퇴 이후에도 일하길 원치 않는다"며 "부모님이 일을 그만둔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살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곳에 왔다"고 했다.
아수아헤는 메이저리그에서 3시즌 동안 통산 175경기에 출전해 타율 0.240, 출루율 0.312, 장타율 0.329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에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소속으로 79경기를 뛰었다. 2017년의 89경기에 비해 출전 경기 수가 줄었고, 타석 기회도 343회에서 218회로 급격히 감소했다.
아수아헤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샌디에이고에서 웨이버 공시됐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텍사스 레인저스가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아수아헤는 텍사스가 아니라 바다 건너 KBO리그 롯데 구단의 유니폼을 입었다.
텍사스 구단에서 불확실한 기회를 기다리기보다는 부모가 은퇴를 앞둔 현실을 직시해 안정적인 자리가 보장되는 쪽으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아수아헤는 롯데 구단이 텍사스에 지급한 이적료 탓에 올 시즌에는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선의 절반 수준인 55만1천 달러(약 6억2천만원)를 받는다.
하지만 재계약을 할 경우엔 상한선이 없다.
아수아헤 역시 "솔직하게 말해서 2∼3년 전에 KBO리그 구단의 제안을 받았다면 거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수아헤에겐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 손아섭과 민병헌이다.
체격은 물론 활달함까지 닮은 셋은 더그아웃에서 죽이 잘 맞는다. 덕분에 아수아헤도 더그아웃에서 분위기메이커가 됐다.
아수아헤는 손아섭을 '아섭'으로, 민병헌은 '밍'이라고 불렀다.
아수아헤는 "아섭은 팀의 주장이라서 많이 챙겨주고 같은 좌타자라 매우 친해졌다. '밍'은 처음부터 나를 친구처럼 받아들여 줬다"며 "두 선수 외에도 모든 선수가 가족처럼 응원해주고 지지해줘서 굉장히 좋다"고 웃었다.
그는 지난달 28일 SK 와이번스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 1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전해 2타수 1안타(1홈런) 1볼넷 1타점 2득점 1도루로 맹활약했다.
메이저리그에서 2루수로 1천143이닝을 소화하며 단 5개의 실책만 기록할 정도로 안정된 수비력을 갖춘 아수아헤는 장타력과 빠른 발까지 과시했다.
그는 "사직구장 응원 영상을 유튜브로 봤다. 팬들의 응원이 열광적이어서 흥분되더라"며 "새로운 경험이 될 것 같고, 더 열심히 뛰는 원동력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아수아헤는 게임을 좋아할 뿐만 아니라 게임 방송까지 직접 한다. 그에게는 팬들과 소통하는 일종의 창구다.
건전한 여가 활동으로 볼 수도 있지만, 자칫 시즌 중에도 새벽까지 게임 방송을 하다가 경기력에 지장을 줄까 봐 구단은 이를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아수아헤는 이에 대해 쿨하게 답했다.
그는 "구단에서 하길 원하지 않는다면 안 하는 게 맞다"며 "야구보다 더 큰 의미가 있는 게 뭐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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