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고이즈미 처럼 일본이 북미간 다리 역할해야"
아베 "다음엔 내차례" 의욕…전문가들만 "북한이 소극적"
![](https://img.yonhapnews.co.kr/photo/cms/2018/09/28/85/PCM20180928000285990_P2.jpg)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비핵화에 대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일본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본 내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과거 북미 관계가 원만치 않을 때 일본이 역할을 한 적 있는 만큼 일본 정부가 대북 협상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이 일본과의 대화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여당 자민당의 한 관계자는 2차 북미 정상회담 결과와 관련해 통신에 "미국과의 관계가 좋은 일본이 (북미간 협상에서) 다리 역할을 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미 협상의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일본이 그간의 '재팬 패싱'(일본 배제) 상황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http://img.yonhapnews.co.kr/photo/cms/2019/01/10/73/PCM20190110015373990_P2.jpg)
이와 관련해 니혼게이자이신문도 1일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정체되면 상대적으로 일본의 가치가 올라간다며 북한이 일본에 접근해 미국을 압박하는 전개가 나올 수 있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한 일본의 '역할론'은 일본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시절인 2000년대 초반 북미 간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 북한과의 관계를 진전시킨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토대로 제기되고 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북미 관계가 급격히 냉각된 상황에서도 2002년과 2004년 2차례 북한을 방문해 북한이 납치 사실을 인정하게 하고 납치 피해자의 잔류 가족들을 일본으로 데려오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산케이신문은 3일자 조간에 "북미 회담이 좋지 않게 끝나 제재가 계속되고 있는 지금이야 말로 납치 문제를 움직일 좋은 기회"라며 "고이즈미 전 총리가 북한에 간 배경에는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비판한 부시 정권의 압력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역할론'은 지난달 28일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가 불발된 직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한 발언에서도 읽힌다.
![](http://img.yonhapnews.co.kr/photo/old/data5/orign_img/2004/05/22/_04/2040522i3458399_P2.jpg)
그는 "다음에는 나 자신이 김 위원장과 마주 봐야 한다"며 북일 대화에 의지를 보였다.
다만 북한이 여전히 일본을 대화 상대로 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이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오쿠조노 히데키(奧園秀樹) 시즈오카(靜岡)현립대 교수는 연합뉴스에 "그런(일본 역할론) 얘기가 나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고이즈미 전 총리 때와 지금 상황은 다른 점이 많다"고 말했다.
당시와 달리 지금의 북한은 미국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고, 아베 정권 하 일본과의 협상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교도통신도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 외에도 중국, 한국 정상과의 대화를 반복하면서도 일본을 '모기장 밖'(무시당하거나 고립됐다는 뜻의 비유)에 놔두고 있다며 김 위원장이 아베 총리의 요청에 응할지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http://img.yonhapnews.co.kr/photo/yna/YH/2018/05/14/PYH2018051412630034000_P2.jpg)
bk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