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연기 강행방침 '보육대란' 비상…학부모들 당혹·분노

입력 2019-03-03 12:53   수정 2019-03-03 17:45

개학연기 강행방침 '보육대란' 비상…학부모들 당혹·분노
"아이들 볼모로 항의 어려운 학부모 처지 악용해 배짱"
"유아교육·보육 시스템 공공 위주 개편 계기 삼아야"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사립유치원 단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이 개학을 하루 앞둔 3일 개학연기 강행 방침을 밝히자 유치원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한유총이 개학 연기뿐 아니라 '폐원 투쟁'과 교육부 장관 고발, 파면 요구까지 언급하면서 반발이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한유총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전국 유치원 1천533곳이 개학연기에 동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전날 전국 교육청을 통해 조사한 결과 개학연기 동참 유치원이 전국적으로 190곳에 그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개학연기 여부에 답하지 않은 유치원 296곳을 합쳐도 500곳이 채 되지 않은 것과 비교하면 한유총의 집계 숫자는 크게 늘어난 것이어서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회견 내용을 접한 학부모들은 한유총의 결정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현재 유치원에 자녀를 보내는 가정뿐 아니라 곧 예비학부모들도 같은 심정이었다.
내년에 4세 딸을 유치원에 보내는 주부 이모(35) 씨는 "자녀를 맡기는 학부모 입장에서는 아이한테 불이익이 갈까 봐 대놓고 운영 문제를 지적하거나 휴원·개학연기에 항의하기 어렵다"며 "철저히 '을'일 수밖에 없는 학부모들의 처지를 악용해 한유총이 배짱을 부리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학부모들은 한목소리로 한유총의 무책임한 태도를 지적했다.
다섯살 딸을 키우는 직장인 이충근(38) 씨는 "병원 등 필수공익사업장에서는 파업하더라도 응급실 등은 운영을 하게 돼 있다"며 "아이들에 대한 교육과 돌봄은 이보다 더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금처럼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교육을 내팽개친다면 어떻게 아이를 맡길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직장인 문성현(39) 씨는 "한유총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은 채 공적인 기능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말도 안 되는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만약 한유총이 개학연기와 폐원 투쟁을 강행한다면 더는 국가로부터는 지원이나 혜택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구조적인 문제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유치원에 다니는 6살 딸을 둔 직장인 정모(38) 씨는 "애당초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할 유아 교육과 보육을 민간자본에 맡긴 것 자체가 문제"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삼아 유아 교육과 보육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유총은 지난해부터 정부를 상대로 '유치원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 철회, 사립유치원 사유재산 인정, 유치원 예산에서 시설사용료 비용처리 인정, 사립유치원 원아 무상교육과 교사 처우개선, 누리과정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juju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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