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관훈동 개관 대안공간 대표주자
기금마련전서 '대안' 역할 묻고 한국 미술생태계 다양한 풍경 제시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척박한 우리나라 풍토에서 '대안공간 풀'의 실험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많은 미술인들이 지켜보고 있다. 기대 속에도 일말의 불안감을 숨기지 못하는 것은 씨앗이 튼튼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땅이 기름지지 않기 때문이다."(1999년 4월 6일자 한겨레 보도)
1999년 4월 서울 종로구 관훈동에 '대안공간 풀'(이후 '아트스페이스 풀')이 들어섰다. 작가와 기획자, 비평가 등 20여 명이 만든 이 공간은 기성 미술계 바깥에서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실험적 작품을 소개하려 애썼다.
이후 많은 대안공간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가운데서도 '풀'은 20년을 버텨왔다. 그러나 대안공간 대표주자 격인 '풀' 실험이 성공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신자유주의가 범람하는 '땅'은 여전히 척박하다. 대안공간과 차별화하며 새로운 싹을 틔워보겠다는 신생공간들이 더 주목받는 시대다.
최근 '아트스페이스 풀'에서 개막한 기획전 '2019 풀이 선다'는 오늘날 대안공간에 요구되는 '대안'은 무엇인지, 대안공간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자문하는 자리다.
'풀'은 소규모 비영리 공간이 거대 미술관의 콘텐츠 확보에 이용되는 현실을 언급하면서 "미술제도 안에서 누군가 이러한 모순을 지적해야 하는데 그 역할을 하는 신생공간을 찾아보기는 힘들다"라고 말했다.
반면 대안공간은 오랜 시간 쌓은 비평적, 인력적 인프라와 소액 후원자, 아카이브를 활용해 신자유주의 시스템에 조금이나마 저항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간 운영 기금마련 전이기도 한 '풀이 선다'는 '풀'이 20년간 구축한 인프라를 확인하고, 풀의 비평적 관점을 드러내는 작가군을 제시한다.
민정기, 안규철, 박찬경, 임흥순, 정은영, 믹스라이스, 김지평, 노혜리, 주황 등 다양한 연령과 장르의 작가를 망라했다.
전시는 31일까지.
ai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