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슬람 수니파 신학의 총본산인 이집트 알아즈하르 사원의 대이맘(알이맘 알아크바르) 셰이크 아흐메드 엘타예브가 이슬람에서 허용되는 일부다처제가 공평을 유지해야 한다고 2일(현지시간) 지적했다.
원론적인 가르침이지만 수니파 무슬림에 가장 영향력이 큰 종교지도자 중 하나인 알아즈하르 사원의 대이맘이 일부다처제의 부정적인 면을 비판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셰이크 아흐메드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일부다처제는 종종 여성과 아동에게 불리하다. 이런 실상은 쿠란과 예언자(무함마드)의 전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날 방송에 출연해서도 "결혼은 반드시 일부다처제라고 생각하는 이는 모두 틀렸다"며 "부인을 여러 명 두려는 남성은 반드시 공평을 지켜야 한다는 게 쿠란의 가르침인 만큼 이를 지키지 못하면 일부다처제는 금지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여성은 세상의 절반으로, 그들을 살피지 않으면 우리는 한 발로 걷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며 이슬람권에서 소외됐다고 평가받는 여성의 권리를 옹호했다.
셰이크 아흐메드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알아즈하르 사원은 트위터에 "셰이크 아흐메드는 일부다처제를 폐지하자고 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슬람에서는 남성 한 사람이 이혼하지 않고 최대 4번까지 결혼할 수 있는 일부다처제가 허용된다.
서구에서 전근대적인 관습으로 비판받기도 하지만 이는 남성의 성적 욕망을 채우려는 목적이 아니라 '불가피성'을 전제로 한다.
전쟁 뒤 남성의 수가 여성보다 현저히 적을 때, 형제가 전사했을 때 생계가 어려워진 그의 아내와 자녀를 직계 가족으로 들이거나 아내가 불임이나 만성병 환자, 중범죄자 등 문제가 있다면 기존 부인의 동의로 다처가 허용된다.
이슬람에서는 이혼도 허용되지만 이혼은 쿠란이 허용한 것(할랄) 가운데 가장 나쁘다는 가르침에 따라 이혼보다는 기존 아내의 권리와 생계를 다 보장해주는 다처가 낫다는 것이다.
이슬람에서는 그러나 아내들에 대한 남편의 사랑의 감정뿐 아니라 경제적 대우까지 공평해야 한다고 엄격하게 규정한다.
"아내들에게 공평할 수 없을 것이라고 걱정된다면 단 하나의 부인만 둬야 한다"(쿠란), "두 아내에게 공정하고 공평하게 대우하지 못하는 자는 부활의 날 몸 한쪽을 질질 끌며 기울게 될 것이다"(하디스) 등 일부다처제에 대한 경구(警句)를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런 '공평한 대우'를 엄수해야 한다는 가르침 때문에 중동에서 다처를 원하는 남성은 일단 재력이 충분해야 한다는 인식이 보편적이다.
또 이슬람이 창시된 7세기 이전 중동 지역에서 자신의 부와 권력을 과시하고 성적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아내를 제한 없이 두는 타락한 관습이 횡행했던 것도 이슬람에서 4명까지로 제한을 둔 사회적 배경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슬람권에서는 일부다처가 일반적일 것이라는 외부의 선입견이 있지만 사우디아라비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사우디의 20세 이상 남성(미혼자 포함) 중 아내가 2명 이상인 남성은 8.5%였고, 나이가 어릴수록 일부일처제를 선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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