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로서 첫 우승…"선수들과 함께 하면서 '미래' 있다는 믿음 생겨"
(청주=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종료 22초를 남기고 71-65 상황에서 청주 KB의 박지수가 수비 리바운드를 잡은 순간 충북 청주체육관은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홈 팬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카운트다운을 함께 했고, 마침내 종료 버저가 울리고 KB의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우승이 확정되자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환호했다.
팬들의 반응에 비하면 안덕수 KB 감독과 선수들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요란한 축포 속에 우승컵과 상금을 받아들고 끊임없이 기념사진을 찍는 동안 안 감독은 다소 얼떨떨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3일 부천 KEB하나은행전 승리 후 상기된 표정으로 인터뷰실에 들어선 안 감독은 "(우승) 경험이 없어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며 "코트 안으로 뛰어 들어가야 하나 고민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3년 차 감독인 안 감독에게는 이번이 지도자 생활 첫 우승이다. 선수 시절을 포함해도 일본 규슈산업대 4학년이던 1996년 이후 23년 만이다.
일본 샹송화장품 코치일 때도 준우승 한 번이 최고 성적이었다.
안 감독은 "꿈인가 생시인가 했다. '우승했구나' 생각했다"며 "다들 실감이 안 났을 텐데 한 발짝 물러서고 나면 울음 터뜨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B에 13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안긴 안 감독은 선수들에게 거듭 고마움을 전했다.
안 감독은 "오늘은 결과만 생각했다. 이런 좋은 결과를 만들어준 팬들과 구단, 선수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특히 지친 모습에도 끝까지 잘해준 선수들이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안 감독은 "경험이 많지 않은 내가 처음 부임했을 땐 그만한 각오를 하긴 했지만 1년 하다가 안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도 많이 했다"며 "그러나 선수들과 함께 하면서 모자란 부분을 배웠고, 선수들과 함께 한다면 미래가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고 돌아봤다.
그중에서도 KB의 기둥인 박지수에 대해 "내가 인복이 있는 와중에 박지수가 가장 큰 복을 준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챔피언결정전에 선착한 KB는 남은 정규리그 두 경기를 치른 뒤 우리은행-삼성생명 플레이오프 승자와 오는 21일 맞붙는다.
남은 리그 경기에선 발목 치료가 필요한 강아정을 비롯한 주축 선수들에게 휴식도 줄 생각이다.
안 감독은 "우리은행과 삼성생명 모두 좋은 팀이니까 가능하면 힘들게 챔피언결정전에 올라왔으면 좋겠다"며 "우리에게 행운이 오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