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100곳 육박, 전날 93곳 이어 계속 감소…전국서 가장 많아
도교육청 "차량 운행 안 해 교육과정 차질 초래한 유치원 엄정 대처"
(창원=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경남 사립유치원의 30%가량이 개학연기에 동참했지만, 자체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우려했던 보육대란은 피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당 유치원들의 차량 미운영 등으로 맞벌이를 하는 학부모들이 크고 작은 불편을 겪었다.
4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현재 개학을 연기한 사립유치원은 73곳(창원·김해·진주·함안)이다.
이는 도내 전체 사립유치원 258곳의 28%에 해당한다.
개학연기에 참여하는 도내 유치원은 지난 2일 한때 100곳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전날인 3일 93곳, 이날 오전 84곳으로 확인된 데 이어 현재 73곳으로 조정됐다.
전국 시·도별로 개학연기 현황이 수시로 재집계돼 다소 유동적이긴 하지만 동참한 경남 유치원 수는 전국 최고 수준으로 파악됐다.
박종훈 교육감은 전날인 3일 기자회견에서 도내 사립유치원의 개학연기가 다른 지역보다 많은 데 대해 "한유총(한국유치원총연합회) 쪽에 이른바 강성으로 불리는 분들 가운데 경남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 유치원 73곳은 차량을 운영하지는 않지만, 대부분 급식을 포함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며 '편법 개학연기'에 나서 보육대란은 없었던 것으로 도교육청은 보고 있다.
개학연기를 밝힌 유치원에 자녀를 보내는 맞벌이 학부모 대부분은 도와 도교육청이 제공하는 긴급 돌봄서비스를 이용하는 대신 원래 유치원으로 자녀를 등원시켰다.
창원시내 한 유치원에는 학부모 A씨가 이날 오전 8시께 6살 아들을 차에 태워 직접 등원시켰다.
출근 차림을 한 A씨는 아들을 유치원 안으로 들여보낸 뒤 "안 보내는 게 맞을 것 같지만 마땅히 보낼 데가 없어 데려왔다"며 바삐 자리를 떠났다.
10분 거리 다른 유치원에서는 학부모 B씨가 7살 난 아들을 직접 등원시켰다.
B씨는 "근처에 살아 원래 차량을 이용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일요일에 개학 연기한다는 취지의 문자를 받았는데 다른 곳에 애를 보내는 것도 적응이 힘들 것 같아 원래 다니던 유치원에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립유치원 문제가 계속 될 것으로 보여 지난해 말부터 국공립 유치원으로 알아보려고 했지만, 자리가 없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사립에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도교육청에는 개학연기를 강행한 사립유치원에는 자녀를 보내지 않겠다는 학부모 민원 전화도 접수됐다.
해당 학부모는 "(자녀를 보내는 유치원이) 돌봄을 제공하지만, 그 유치원은 가기 싫다. (자치단체가 제공하는) 긴급 돌봄서비스를 받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희망에 따라 다른 공립유치원으로 등원한 원아는 5명, 가정 방문 아이 돌봄서비스를 이용한 원아는 12명(10개 가정)으로 확인됐다.
개학연기를 밝힌 유치원에는 이날 오전부터 지역교육청 직원·경찰 등 2∼3명으로 구성한 1개 조가 각각 급파돼 이런 상황을 점검했다.
도교육청은 대부분 유치원에 정상 개학을 촉구하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문을 열지 않는 일부 유치원의 경우 문 앞에 시정명령서를 붙였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개학을 연기한다고 한 유치원도 자체 돌봄을 제공하다 보니 우려했던 보육대란은 발생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도 "한유총 눈치 보기에 교육청에는 개학연기를 한다고 하고서는 실제 정상 운영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차량 미운행 등으로 원아 등원과 교육과정 정상 운영에 차질을 빚게 한 유치원은 편법 연기에 동참한 것으로 보고 대처할 것"이라며 "각 유치원을 상대로 개학연기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있어 형사 고발 등 실제 제재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유총 경남지회 관계자는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왜 경남에서 유독 개학연기가 많은지에 대해 특별히 언급할 점은 없다"면서도 "개학연기를 이어갈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k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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