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성용 기자 = 미국 정보기관 관리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데일리 브리핑' 프레젠테이션 방식을 대통령이 듣고 싶어 하는 내용인 '경제와 무역' 분야에 초점을 맞춰 바꾸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통령 브리핑을 담당한 정보관리들은 손익계산을 따지는 실리적인 비즈니스 용어로 중국의 스파이 행위에 대해 경고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을 보여주기 위해 흑해의 해상 운송 관련 수치를 사용한다. 정보관리들은 경제적 데이터를 담은 차트와 그래프를 브리핑에 동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정보기관에 대해 '순진해 빠졌다'(naive)라거나 '학교로 다시 돌아갈 필요가 있다'는 식으로 공개 비난해 왔는데 정보관리들은 이제 대통령에 적응하기 위해 그가 반복해서 내놓은 질문인 '누가 이기느냐'에 대답하려 애쓰고 있다.
전직 관리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알고 싶어 하는 건 어떤 나라가 돈을 더 버는지, 누가 금전적 이득을 얻는지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된 관심사를 비판하지는 않지만 이런 관심사들이 테러리즘 위협이나 전통적인 적대국들의 공작, 국제적 영향을 미치는 지정학적 사건들에 대한 정보를 밀어내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갖는다.
전직 정보기관 관리인 더글러스 와이즈는 '데일리 브리핑'에 대해 "트럼프가 그의 필요에 맞게 조정한다면 그건 좋은 일이고 그의 특권"이라며 "그러나 그런 조정을 통해 정보를 숨기고 억제한다면 그건 도움이 안 된다". 대통령이 더 잘 갖춰진 정보에 근거한 판단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대통령들은 그들의 관심사와 주요 현안에 근거해 정보 브리핑을 오래 받아 왔다. 일부 대통령은 정보기관에 대해 경제에 좀 더 초점을 맞추도록 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그가 경제 정보를 좀 더 원한다는 점을 정보기관에 지시했다.
2008년 금융 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 기간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데일리 정보 브리핑을 보충하기 위해 경제 정보 브리핑도 가졌다.
기존의 정보 브리핑이 전임자들보다도 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 트럼프 대통령은 대면 브리핑을 주당 2번가량으로 줄였다.
고위 정보관리에 따르면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과 지나 해스펠 CIA 국장의 브리핑에는 트럼프의 관심을 끌기 위해 차트와 시청각 보조 교재가 더 많이 등장한다.
개럿 마퀴스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적 초점은 명백하다. 나토 동맹국들의 분담을 증가시키고 동맹국과 파트너들에게 우리의 공통 관심사들에 대해 지지토록 압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면 보고서는 존 볼턴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에게 매일 전달되고 볼턴은 정보기관 수장들이 '오벌 오피스'에 없는 날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흥미로운 부분을 전달한다고 전직 관리들은 말했다.
정례 브리핑은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 시절 이후 대통령에게 정보관리들이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의 초석이 돼 왔다. 오바마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그런 브리핑을 매일 받았다.
지난 73년간 지정학적 동향, 주요 경고 사항들, 고위층 소문 같은 정보가 백악관에 '대통령 데일리 브리핑'(PDB)으로 알려진 형식으로 CIA와 여타 정보기관들에 의해 전달됐다. 한때 두꺼운 바인더에 담긴 보고서였지만 지금은 보안 태블릿 컴퓨터로 제출되고 정보관리들이 한주에 6일 정보를 생산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능성이 있는 테러리스트 모의나 비밀스러운 스파이 작전 등의 구체적인 내용에 관해선 관심이 덜 하다.
안보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기술적 우위를 차지하거나 미국을 상대로 무역 우위를 달성하려는 중국의 활동을 포함해 중국과의 경제적 경쟁 관계에 대한 질문을 쏟아낸다.
트럼프는 반복적으로 정보기관이나 국방 관리들에게 해외 미군 기지 비용,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의 국방 비용에 관해 얘기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안보 관리들이 국제적인 위기 상황의 경제적 시각에 대해 생각하도록 압박하는 것이다.
정보기관들은 항상 현직 대통령의 관심사와 필요에 따라 브리핑을 조정해 왔다.
그들은 그러나 배경과 경험 때문에 정보기관에 대해 매우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도전'(challenge)에 직면해 본 적은 없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ks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