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분교 입학한 '만학 할머니들'이 더욱 환영받은 이유는

입력 2019-03-04 15:52  

중학교 분교 입학한 '만학 할머니들'이 더욱 환영받은 이유는
만학도 덕분에 학년 통합 복식 수업 면해…'시골 분교의 현실'



(여수=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신입생이 5명뿐인 전남 한 중학교 분교에 할머니 3명이 입학했다.
평생의 한을 풀게 된 만학도들은 응원, 격려와 함께 뜻밖의 환대도 받았다.
여수 화양중학교 화양남분교 신입생 5명은 4일 본교(화양중)에서 열린 입학식에 참석해 중학교 생활을 시작했다.
입학식은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만학도들로 많은 이야기를 남겼다.
전체 분교 신입생 5명 중 자매를 포함한 3명의 나이는 6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이다.
신입생들은 가족들의 응원과 격려를 받으며 만학의 기대에 부풀었다.
"어린 시절 그렇게 떼를 써도 갈 수 없던 중학교를 드디어 밟게 됐다", "손주가 가방을 사줬다"는 등 이야기꽃이 휴대전화 사진 촬영음 속에 피어났다.
분교 입장에서 이들의 입학이 반가운 이유는 만학을 응원해서만이 아니다.
분교는 만학도들 덕분에 학년을 통합해 진행하는 복식 수업을 면할 수 있게 됐다.
전남도교육청은 2개 학년을 합쳐 학생이 6명에 못 미치면 복식 수업을 하도록 했다.
분교 학생 수는 이번에 입학한 1학년 5명, 2학년 8명, 3학년 3명이다.
만학도 3명이 없었으면 1학년과 3학년이 함께 수업을 받아야 할 형편이었다.
수업 시간을 절반으로 나눠 1학년, 3학년 수업을 하지 않아도 되니 학생들로서는 수업받을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만학도들과 어린 학생과의 '동행'은 아직 조심스러워 보인다.
서로 할머니뻘, 손주뻘인 동급생들과 수업 진도를 맞추고 면학 분위기를 이어간다는 게 여간 어려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만학도들의 식지 않는 열의, 어린 학생들의 양보, 교사들의 배려가 필수적이다.
신입생이 줄어 존폐 갈림길에 선 시골 분교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는 현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박경남 화양남분교 교감은 "학교로서도 사실상 처음 시도하는 일이니 혼란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학생, 교사와 협의해 교육과정을 탄력 있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sangwon70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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