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자지라 방송 보도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지난해 10월 2일 주이스탄불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에서 사우디 암살팀이 살해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시신이 총영사 관저 정원의 화덕에서 불태워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3일 보도했다.
알자지라는 이날 밤 방송한 탐사보도 다큐멘터리를 통해 "카슈끄지의 시신은 가방에 담겨 총영사관에서 수 백m 거리인 총영사 관저로 옮겨진 뒤 정원 내 화덕에서 소각됐다"며 "터키 당국이 이를 조사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12월 말 터키 친정부 성향 방송 'A 하베르'는 사건 당일 카슈끄지의 토막 난 시신이 담긴 것으로 보이는 가방 5개를 여러 남자가 사우디 총영사 관저 안으로 들고 들어가는 모습이라며 동영상을 내보냈다.
이 화덕을 지은 일꾼이라고 밝힌 남성은 알자지라와 인터뷰에서 "사우디 총영사관이 정한 사양에 따라 화덕을 지었다"며 "그들은 아궁이가 깊어야 하고 1천℃ 이상을 견뎌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알자지라는 1천℃는 금속도 녹일 수 있을 만큼 높은 온도로 일반 요리, 난방용 화덕과는 다르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카슈끄지의 시신을 불에 태운 뒤 흔적을 덮기 위해 다른 고기를 담은 가방도 이 화덕에서 불태웠다는 게 터키 당국의 조사 결과라고 전했다.
이어 터키 당국이 사우디 총영사관 벽에 새로 칠한 페인트를 벗겨 내자 카슈끄지의 혈흔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터키 관영 아나돌루 통신도 지난달 14일 '시신 소각설'을 제기했다.
이 매체는 터키 경찰의 수사 보고서를 인용해 "암살팀은 카슈끄지의 시신을 분리해 총영사 관저로 옮겼다. 터키 경찰은 시신을 강산으로 녹여 관저의 우물에 유기했거나 정원의 '케밥 화덕'에서 소각했다고 보고 이곳을 조사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검찰은 '사우디 협상팀'이 귀국하라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상부의 지시없이 카슈끄지를 약물로 살해한 뒤 시신을 총영사관 밖으로 빼내 터키 현지의 조력자에 시신을 넘겼다고 발표했었다.
사건의 경위를 밝힐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인 시신은 사건이 발생한 지 다섯달이 지났지만 아직 행방을 알 수 없다.
사우디 정부도 카슈끄지의 시신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