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마산초 용전분교 88세 마정순 할머니 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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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연합뉴스) 조근영 기자 = 구순을 앞둔 할머니가 어릴 적 자녀들이 다녔던 시골의 한 초등학교에 입학해 화제다.
거리의 간판을 소리 내 읽고 싶었다는 열정이 80년 만의 소원을 풀었다.
4일 전남 해남 마산초등학교 용전분교 입학식이 열렸다.
신입생은 달랑 4명. 그런데 4명 중 2명이 증손녀 입학식에 나올법한 60대와 80대 할머니다.
신입생인 마정순(88·마산면 용전리) 할머니는 80년 내내 가슴에 품었던 자신의 입학식 때문인지 설렘과 기대에 찼다.
마 할머니는 "공부를 잘 하든지 못하든지 운동 겸 해서 한번 열심히 다녀보려고 입학했다"며 "학생들과 사이좋게 공부 잘 하렵니다"라고 환한 표정을 지었다.
60대 후반이 된 자녀들도 어머니의 배움에 대한 열정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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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인 김용국(68)씨는 "이제 어머니는 우리 초등학교 후배가 됐다"면서 "아들딸인 저희 후배인 어머니가 80년 만에 소원을 풀었다"고 말했다.
재학생 17명의 이 초등학교 분교 입학식은 마을 축제 분위기다.
옆 마을 늦깎이 60대와 증손자뻘 2명 등 모두 4명의 신입생에게 재학생들이 꽃다발을 건네며 환영했다.
윤정현(6년) 재학생 대표는 "우리들이 언제나 친절하고 안전하게 잘 보살피며 도와줄 것"이라고 응원했다.
마을주민과 학생들이 60년 문방구를 하며 늦깎이 배움에 도전한 마 할머니의 용기에 힘을 실었다.
교사들도 마 할머니가 한글을 읽고 쓰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잘 지도하겠다고 힘을 보탰다.
chog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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