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사우디 왕세자 '숙청' 대상…카슈끄지가 석방 촉구하기도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중국적을 가진 의사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숙청' 대상으로 투옥돼 1년간 사우디 감옥에서 학대와 고문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CNN방송은 왈리드 피타히(55)라는 이름의 의사가 사우디에서 인권 유린을 당한 내용에 관해 알고 있는 소식통을 인용해 3일 이같이 보도했다.
사우디 출신의 피타히는 조지워싱턴대와 하버드대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미국에서 외과 의사로 일하면서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뒤 2006년 사우디로 건너와 병원을 하면서 인권과 평등을 옹호하는 목소리를 내면서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지난 2017년 11월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왕세자가 '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시작한 엘리트 계층 숙청에 걸려들어 리야드에 있는 감옥으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피타히의 가족 측 변호인은 피타히가 최근 리야드에서 약 800㎞ 떨어진 항구도시 제다로 이감된 뒤 감옥 내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전했다.
변호인은 그가 투옥된 뒤 수개월 간 신체적·정신적으로 고문을 당해 정신이 쇠약해져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며 "더는 오래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피타히가 구금된 사실은 지난해 11월 뉴욕타임스(NYT) 보도로 처음 알려졌으나, 미국 국무부는 이번에 정부 차원에서 이를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국무부는 성명을 내고 사우디 정부와 "이 사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학대와 고문이 이뤄졌다는 의혹을 대단히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다만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사건에 무함마드 왕세자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자 쏟아진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아랑곳없이 사우디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 사안 해결에 적극적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카슈끄지는 지난해 1월 피타히의 석방을 촉구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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