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개학연기 철회한 한유총, 대화 나서야(종합)

입력 2019-03-04 18:59  

[연합시론] 개학연기 철회한 한유총, 대화 나서야(종합)

(서울=연합뉴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소속 일부 사립유치원이 '개학연기 투쟁'에 들어간 지 하루도 되지 않아 한유총이 조건 없이 '투쟁'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한유총의 예고와 달리 참여 유치원 수가 적었던 데다, 서울시교육청이 한유총의 법인설립 허가를 취소하기로 하는 등 당국이 전방위 압박을 가하자 일단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개학연기 투쟁'에 동참한 유치원이 전체 사립유치원의 6% 정도인 239곳에 불과했고, 정부가 긴급돌봄서비스를 제공해 우려했던 만큼 '보육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당초 개학연기를 하려던 유치원 중 당국의 설득과 부정적인 여론 때문에 개학연기를 철회한 곳도 있었고, 개학을 연기한 유치원의 대부분이 자체 돌봄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러나 개학을 연기한 유치원 원아의 부모들은 주변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 등 긴급돌봄 시설로 직접 데려다주느라 커다란 불편을 겪었고, 자체 돌봄 서비스를 하는 유치원들도 일부는 등원 버스를 운영하지 않아 학부모들이 애를 먹었다. 낯선 시설로 가야 하는 아이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문을 연 곳에 다니는 유아들의 학부모도 언제 유치원이 문을 닫을지 몰라 가슴을 졸였다.

한유총이 개학연기를 철회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나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양측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은 사립유치원의 '사유재산성' 인정 여부이다. 한유총은 공교육에 자신들의 사유재산을 쓰고 있으니 시설사용료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고, 정부는 유치원 설립자가 자발적으로 설립기준에 따른 시설과 설비를 갖추고 사유재산을 유치원 교육 활동에 제공한 것인 만큼 시설사용료를 따로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립 초·중·고교와의 형평성 문제도 있는 데다, 이미 비영리 교육기관인 '학교'로 인정받아 취득세와 재산세 감면, 소득세 면제, 부가가치세 면제 등의 세재 혜택이 제공되는 만큼 별도로 시설사용료를 지급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한유총이 집단행동을 강행하자 정부도 문을 닫은 유치원에 시정명령을 내렸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로 하는 등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5일에도 개학하지 않을 경우 형사고발도 하겠다고 경고했다. 서울시교육청이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개학연기 투쟁'을 주도한 한유총의 설립허가를 취소하겠다고 하자 한유총으로서는 더는 밀어붙이기가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개학연기를 철회했으나 한유총은 여전히 책임을 정부와 여당에 돌리고 있다. 개학연기가 준법투쟁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고,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과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단 한유총이 한발 물러선 만큼 정부도 대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 사립유치원이 비영리 교육기관인 '학교'라는 전제에 대한 공감 없이는 대화할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도 수긍이 간다. 그러나 한유총이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한 번도 대화에 응하지 않았다고 계속해서 주장하는 만큼 정부도 어느 정도는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양측이 진지한 대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아와 학부모를 볼모로 한 집단행동이 또다시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차제에 유치원의 공공성 강화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져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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