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 조종사 풀어준 파키스탄 총리,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 '진풍경'
총선 앞둔 인도 모디, '보수층 결집' 소득…노벨상 수상자 59명은 "갈등완화 촉구"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최근 양국간 군사충돌로 인한 '실제 수혜자'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AFP통신 등 외신과 현지 언론은 4일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해 칸 총리와 모디 총리가 이번 '카슈미르 충돌'을 통해 더 강력한 이미지를 굳혔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칸 총리와 관련해서는 전투기 격추 후 붙잡았던 인도 조종사를 돌려보낸 뒤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이날까지 무려 40여만명이 칸 총리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는 온라인 청원서에 서명했다.
칸 총리가 인도 조종사 송환을 결정하면서 전면전 위기로 치닫던 인도·파키스탄 간 갈등이 극적으로 해소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카슈미르 영유권을 놓고 수십 년째 다퉈온 인도와 파키스탄은 앞서 지난달 27일 전투기까지 동원해 공중전을 벌였다.
핵보유국인 양국이 1971년 카슈미르 3차 전쟁 이후 48년 만에 처음으로 공중전을 펼치자 전면전 우려까지 제기됐다.
극단으로 치닫던 양국 간 갈등은 칸 총리가 공중전 과정에서 사로잡은 인도 공군 조종사 아비난단 바르타만 중령을 1일 송환하면서 가라앉기 시작했다.
칸 총리는 공중전 다음날인 28일 의회 연설에서 "평화의 제스처로 이 조종사를 송환하겠다"고 말한 뒤 약속을 지켰다.
그러자 온라인에서 칸 총리를 노벨상 후보로 추천하는 청원 움직임이 일었고,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조종사 송환 결정을 칭찬하는 글이 쏟아졌다.
그간 칸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던 파키스탄 칼럼니스트 굴 부카리는 "칸이 자신의 정치 경력에서 처음으로 올바르게 한 일"이라고 추켜세웠다.
이처럼 의도치 않은 진풍경이 빚어지자 칸 총리는 4일 트위터를 통해 "나는 노벨평화상을 받을만한 자격이 없다"며 "카슈미르 주민의 바람에 따라 분쟁을 해결하고 평화를 다지는 이가 받아야 할 것"이라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오는 4∼5월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 하락에 시달리던 모디 총리는 보수층 지지 결집이라는 정치적 소득을 얻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모디 총리는 지난 14일 인도령 카슈미르(잠무-카슈미르주) 지역에서 자살 차량폭탄 공격으로 인도 경찰 40여명이 사망하자 파키스탄을 배후로 지목하면서 지난달 26일 48년 만에 처음으로 파키스탄령 공습을 결정했다.
바로 다음날 파키스탄 공군과 공중전에서 자국 미그 21기가 격추되기는 했지만, 인도 총리가 테러리스트를 공격하겠다며 파키스탄 본토를 공습한 것은 인도 국민으로서는 수십년간 보지 못한 풍경이었다.
언론인 타브린 싱은 인디언익스프레스의 칼럼에서 "만약 인도가 자살폭탄테러에도 불구하고 보복하지 못했다면 매우 화가 나고 창피했을 것"이라고 썼다.
이후 모디 총리는 지난달 28일 "인도는 하나가 되어 적과 싸울 것"이라며 "우리 모든 국민은 바위처럼 단단하게 서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인도 국민의 애국심을 독려하고 나섰다.
여론조사 기관은 이번 공습으로 인해 모디 총리의 총선 지지율이 상당히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AFP통신은 이번 군사충돌을 통해 칸 총리는 '중재자'(peacemaker)로서의 이미지를 과시했고, 모디 총리는 '애국주의자'(nationalist)의 면모를 구축하는 소득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파키스탄 출신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말랄라 유사프자이 등 노벨상 수상자 59명은 칸 총리와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게 "양국 간 갈등을 완화하라"고 촉구했다고 지오뉴스는 전했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유엔(UN)의 인도·파키스탄 대표부 측에 최근 이 같은 내용의 편지를 전달하면서 "두 총리가 현명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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