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전 부안서 도난당했다가 지난 2월 진천 잣고개서 발견
(부안=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분이 좋습니다. 겁나게 고맙습니다. 많이 애썼어요."
전북 부안군 부안읍 동중리에서 5일 한상진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장을 본 동문안 마을 이장 장대현 씨는 친근하게 인사하며 거듭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 말을 들은 주민들은 "그동안 우리 마을은 돌오리상 덕분에 큰불이 안 났다"며 "오늘은 경사스러운 날"이라고 거들었다.
국가민속문화재 제19호 '부안 동문안 당산' 돌오리상이 이날 반환식을 통해 도난 16년 만에 귀향했다. 당산(堂山·돌로 만든 솟대) 위를 지킨 돌오리상은 조선시대 중기부터 300년 넘게 마을을 지켰다고 전하나, 2003년 정월 대보름 당산제 이후 사라진 유물이다.
가로 59㎝·세로 20㎝ 크기인 돌오리상은 화강암을 거칠게 다듬어 겉보기에는 투박하지만, 오랫동안 주민들이 마을의 평안과 풍농을 기원한 소중한 민속신앙 대상이다.
반환식에 참가한 정재숙 문화재청장과 권익현 부안군수, 주민들은 부안만의 독특한 문화재인 돌오리상을 만져보며 소원을 빌고 환한 웃음을 터뜨렸다.
이처럼 민속학 측면에서 의미 있는 돌오리상은 우여곡절 끝에 동문안 마을로 돌아왔다.
많은 사람이 아쉬워한 돌오리상의 부재를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이 인지한 시점은 2015년. 부안군이 도난 사실을 신고하자 국가지정문화재라는 중요성을 고려해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다.
장물 매매업자와 석물을 취급하는 상인을 대상으로 돌오리상의 행방을 수소문한 한 반장은 2월 초께 신원을 알 수 없는 중년 남성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한 반장은 "충북 진천에서 청주로 넘어가는 언덕에 돌오리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도를 보니 잣고개밖에 길이 없었다"며 "돌오리상을 은닉한 사람이 문화재청이 내사한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일부러 연락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사범단속반은 2월 13일 오전 잣고개로 향했다. 드넓은 야산에서 크지 않은 돌오리상을 찾기란 전혀 쉽지 않았다.
"오늘은 결국 못 찾겠다고 생각할 무렵이었어요. 해가 뉘엿뉘엿 지는데, 인공 조형물인 호돌이상이 하나 보이더라고요. 그런데 호돌이 조각상 발치에 돌오리가 숨어 있는 거예요. 이런 곳에 문화재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한 반장은 "제보자가 호돌이상 근처에 돌오리상을 놓고 전화를 걸었을 것"이라며 "이전에도 전화로 도난문화재 소재를 알려준 경우가 있는데, 절도범이 나중에 처벌을 받을 때 정상참작이 되기를 바랐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돌오리상은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한 반장은 문화재를 훔쳐간 범인을 잡기 위한 조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절도범으로 짐작되는 사람이 몇 명 있다"라며 "경찰과 협의해 범인을 검거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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