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용기 착륙 가능한 4천500m 활주로와 항만 등 건설
"中, 캄보디아에 경제협력 확대하면서 영향력 키워"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 기업이 캄보디아 남서부에 조성 중인 대규모 관광단지가 중국의 군사시설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5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캄보디아 정부는 중국 민간 기업인 UDG(Union Development Group)에 캄보디아 남서부 코콩주에 있는 4만5천㏊ 면적의 토지를 임대해 대규모 관광단지를 조성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관광단지에는 고급 리조트와 카지노, 골프 코스 등이 들어설 예정으로, 관광객 수송 등을 위한 공항과 항만도 건설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 촬영된 위성사진을 판독한 결과 이 공항의 활주로가 민간 여객기용 활주로보다 훨씬 길고 관광 시설과의 연결성도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중국이 이 공항과 항만을 군사시설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해양분쟁 동향을 분석하는 '아시아 해양 투명성 이니셔티브(AMTI)'의 그레고리 폴링 소장은 "활주로 길이가 3천400m에 이르러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국제공항 활주로보다 훨씬 길다"며 "이는 중국 공군의 어떠한 항공기라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대형 활주로는 민간용으로 쓰이기에는 너무 한적한 곳에 있다"며 "공항 근처에 관광객이 찾을 수 있는 곳은 코콩 카지노와 리조트밖에 없는데, 이 프로젝트는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훈센 캄보디아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이 활주로가 군사 목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 관광단지를 조성하는 중국 민간 기업 UDG가 중국 정부와 오랜 기간 관계를 맺어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을 주관해온 장가오리(張高麗) 전 중국 부총리는 UDG와 캄보디아 간 협약 서명식에 참석했으며, 중국 공산당의 여러 인사가 이 프로젝트 지역을 방문해 관심을 나타냈다.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캄보디아가 스리랑카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스리랑카 남부 함반토타 항구는 2010년 중국의 대규모 차관을 재원으로 건설됐지만, 이후 상업적 이용이 저조해 적자가 쌓이자 2016년 항구 지분과 운영권 등을 중국 국영기업에 넘겨야 했다.
2016년 중국은 캄보디아가 외국에서 받은 원조의 36%를 제공했으며, 캄보디아에 대한 외국인 투자의 30%를 차지했다. 올해 들어서도 5억5천800만 달러 규모의 원조와 40만t의 캄보디아산 쌀 수입을 약속했다.
SCMP는 "지부티, 스리랑카, 파키스탄, 미얀마 등과 마찬가지로 캄보디아에서도 민간용과 군사용 두 목적으로 이 항만이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코콩주의 항만은 전략적 해상 루트인 믈라카 해협의 대안 루트로 쓰일 수 있어 그 중요도가 크다"고 지적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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