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4 우편봉투에 담겨…사상자·항공기 및 기차 운행 지장 없어
"현지 경찰, '신(新)IRA' 연계 가능성도 조사"
(런던·서울=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정성호 기자 = 영국 히스로 공항, 시티 공항, 워털루 기차역 등 런던의 교통 허브 3곳에서 폭발물이 발견됐다고 스카이 뉴스, BBC 방송 등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장 먼저 이날 오전 9시 55분(그리니치표준시·GMT)께 히스로 공항 인근 오피스 빌딩인 컴퍼스 센터에서 A4 크기의 의심스러운 흰색 우편봉투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한 직원이 봉투를 열자 불꽃이 점화되면서 봉투 일부가 불에 탔다고 스카이 뉴스는 전했다.
이후 경찰이 만약을 대비해 컴퍼스 센터 내 인력을 소개했다.
이어 오전 11시 40분께 런던 중심가에 있는 워털루 기차역에서, 정오가 막 지난 12시 10분에는 시티 공항 오피스 빌딩에서 비슷한 흰색 우편봉투가 발견됐다.
각각의 현장에는 전문가들이 출동해 폭발장치를 처리했다.
이번 폭발물로 인한 사상자는 없었고, 비행기나 기차 운행에도 특별히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런던 경찰청 대테러본부는 3개의 소형 폭발장치가 연계돼 있다고 보고 범행 동기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폭발장치들은 비교적 간단한 구조로 제작돼 정밀한 폭탄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충분히 상해를 입힐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현지 경찰이 '신(新)IRA'(아일랜드공화군)이 이번 사건에 연루돼있을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3개의 화염 폭탄에 모두 아일랜드 우체국에서 구할 수 있는 하트 모양의 우표가 붙어있었고, 발신자 주소가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치안 관계자는 이번 우편 폭발물의 배후가 누구인지를 추정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반체제 공화주의 운동과 연계된 테러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 IRA'는 과거 북아일랜드 무장조직이었던 아일랜드공화군(IRA)의 정신을 이어받았다고 자처하는 단체다. 지난 2012년 여러 반체제 공화주의 단체들이 하나로 통합해 만들어졌다.
이 단체는 북아일랜드의 신·구교도 간 유혈분쟁을 종식한 벨파스트 협정에 반대해 북아일랜드의 영국으로부터의 독립과 아일랜드와의 통합을 주장하는 급진 무장조직이다. 최근 몇 년간 산발적으로 영국을 상대로 무장투쟁을 전개해왔다.
이번 사건은 영국 정보기관인 국내정보국(MI5)이 반체제 공화주의 단체에 의한 영국 본토 테러 공격의 위협 수위를 낮춰 잡은 지 약 1년 만에 일어난 것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계획을 둘러싼 교착 상태가 최근 몇 달간 계속되면서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국경에서의 긴장은 고조돼왔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런던의 한 지하철역에서는 허위 화재경보가 울리면서 잠시 역이 폐쇄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번 폭발장치가 발견된 지 몇 시간 후 환승역인 킹스 크로스 세인트 팽크러스역에서 화재경보가 울리면서 30분가량 폐쇄됐으나 실제 화재는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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