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시장] 상파울루 중앙시장

입력 2019-05-14 08:01  

[세계의 시장] 상파울루 중앙시장

(상파울루=연합뉴스) 조보희 기자 = 삼바 축제, 축구, 커피 등이 연상되는 브라질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 곳에 있어 여행하기는 쉽지 않다.
지금은 없어진 직항편 비행기도 연료를 보충하기 위해 도중에 기착해야 하고 꼬박 24시간을 날아가야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다. 그러다 보니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평생에 한 번은 가보고 싶은 매력을 가진 나라다.
연초가 되면 외신을 타고 전해오는 카니발 축제 소식은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인구 1천600만 명의 상파울루(Sao Paulo)는 브라질은 물론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도시다. 브라질 경제의 중심지이고 상파울루 구아룰류스 국제공항은 브라질 항공교통의 관문이기도 하다.
이런 상파울루의 '핫플레이스'인 '상파울루 중앙시장'(Mercado Municipal)을 둘러봤다.

◇ 진열의 미학 상파울루 중앙시장



상점에서 어떻게 진열하느냐에 따라 상품의 운명은 달라질 수 있다. 갈수록 상점이 대형화하는 추세에서 많은 상품 중 자사 제품을 소비자들 눈에 띄게 하려는 기업의 노력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대형 마트에서 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려주고 탐스럽게 식욕을 자극하는 싱싱한 과일을 눈에 가장 잘 띄는 매장 입구에 진열하고 쇼핑을 마치고 물건값을 치르려고 기다리는 계산대 옆에 하나라도 더 팔려고 쉽게 충동구매 가능한 제품을 진열하는 것은 지금은 상식이 됐다.
먹거리 노점이 발달한 서울 광장시장에는 즉석에서 맷돌에 갈아붙이는 빈대떡과 눈앞에서 만드는 칼국수, 비빔밥, 순대 등이 시각적인 효과와 함께 식욕을 자극한다.
상파울루 중앙시장도 방문객들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상인들의 정성스러운 상품 진열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축산 대국답게 먼저 눈길이 가는 물건은 다양한 축산물 가공제품이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과 달리 살코기가 가득 들어있는 먹음직한 소시지와 햄, 하몽, 버터, 치즈 등이 잔뜩 진열돼 있다.
가게마다 좁은 면적에 많은 물건을 진열하기 위해 앞쪽 선반을 가득 채우고 천장이나 처마 끝에 물건을 매달아 놓았는데 그 모습에서 상인들의 미적 감각이 돋보인다.
소시지 전문 매장은 아래 진열대에 둥그렇게 말아놓은 소시지를 가득 채워 놓고, 위 천장에는 고리 모양으로 먹음직스러운 소시지를 주렁주렁 매달아 놓았다.
옆 가게는 각종 간장병과 병조림 제품이 가득 매달려 있다. 작은 봉지에 담은 각종 향신료도 빽빽이 매달아 출입문을 제외하곤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과일 가게에는 과일의 종류가 무척 다양한 데 놀라게 된다. 다양한 기후대가 있는 광활한 대륙에서 생산된 것이라 난생처음 보는 생소한 과일이 많다.
저런 과일은 어떤 맛일까 호기심을 가지면 과일 가게 점원들은 작은 칼로 즉석에서 잘라 먹여 주면서 전문적인 지식까지 동원해 과일에 대해 열심히 설명해 준다.
그런 다양한 과일들이 각기 다른 색깔의 종이를 깔고 탐스럽게 놓여 있다. 과일의 색깔과 담아놓은 그릇의 색깔까지 세심하게 배려해 진열한 모습이 삼바 축제 무희의 화려한 치장을 연상시킨다.
또 절인 올리브나 과자, 너트를 파는 가게는 투명 아크릴 상자를 이용해 색깔별로 그리고 위생적으로 음식들을 진열하고 있다.
시장 통로도 항상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다. 건물 2층에는 음식점들이 입주해 있어 항상 사람들로 북적이는데 음식을 먹으면서 아래 가게들을 내려다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정치, 사회적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브라질에 대한 선입견이 무색해질 만큼 질서정연한 시장 풍경이다.

◇ 커피 경제와 함께 한 120년 시장 역사

상파울루 중앙시장은 브라질이 본격적으로 커피 경제에 진입하기 시작한 1900년대에 생겨났다. 상파울루가 커피 경제의 중심지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비약적인 성장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발전해 왔다.
하지만 1990년대 접어들어 대형 유통업체들의 등장으로 재래시장이 쇠퇴하고 상파울루 중앙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위기를 느낀 상파울루시는 2004년 대규모 리모델링을 단행했다.



1932년 군대 훈련소로 사용하기 위해 지었다는 시장 건물은 리모델링을 거쳐 기존의 재래시장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고풍스러운 관공서나 박물관을 연상시키는 웅장하고 세련된 외관으로 재탄생했다.
리모델링 당시 시장 곳곳에 마실 것과 먹을 것을 판매하는 상점들을 입점하게 했는데, 이것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다시 중앙시장으로 돌리는 큰 유인책이 되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중앙시장은 위생과 안전 그리고 질서를 갖췄고 시장으로의 경쟁력을 되찾을 수 있었다.
오랜 세월을 지나오면서 시대 변화에 부응하는 변신을 거듭해 꾸준히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상파울루 중앙시장은 손님들이 찾지 않아 고전하고 있는 우리나라 재래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9년 5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job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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