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한미훈련 축소는 트럼프 실수…北에 협상카드 공짜로 줬다"

입력 2019-03-06 11:30  

WP "한미훈련 축소는 트럼프 실수…北에 협상카드 공짜로 줬다"
헨리 올슨 칼럼니스트 "비용절감과 北과의 관계개선, 두 이유 모두 정당화 안돼"
코리 가드너 "김정은 달래려고 동맹국과 군사대비 태세 희생해선 안 돼"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미국 워싱턴포스트(WP) 헨리 올슨 칼럼니스트는 5일(현지시간) 한미연합 군사훈련 축소 결정과 관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실수했다"며 "북한에 값진 협상 카드를 공짜로 줬다"고 비판했다.
보수성향 논객인 올슨은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협상장에서 걸어 나온 것(walk away)은 옳았지만, 동맹국인 한국과 군사훈련에서 걸어 나온 것은 잘못됐다"며 "수십 년간 지속한 군사훈련의 중단은 미국에 재난이 될 수 있다는 공포를 불러일으킨다"고 주장했다.


칼럼은 한국전쟁이 1950년 발발 후 휴전상태인 점과 연합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한 뒤 "트럼프 대통령은 비용 절감과 북한과 관계개선을 위해 올해부터 키리졸브(Key Resolve) 연습과 독수리훈련(Foal Eagle)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는데, 두 가지 이유 모두 그의 결정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트윗에서 "한국과 군사훈련을 원치 않는 이유는 돌려받지 못하는 수억 달러를 아끼기 위한 것이고, 지금 시점에 북한과의 긴장을 줄이는 것도 좋은 것"이라고 밝혔는데, 칼럼은 이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비용 측면에서 보면 훈련비용이 1천400만 달러인데, 이는 7천억 달러라는 미국 국방예산에 비교하면 미미한 금액이며 특히 한국 정부가 최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인상했다는 점을 칼럼은 거론했다.
WP는 "동맹국 더러 돈은 더 내라면서 얻는 것을 줄이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칼럼은 한국이 미국의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 중 하나로 베트남전에 수십 만명의 병력을 보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점, 다른 동맹국과 달리 2017년 국내총생산(GDP)의 2.5% 이상을 국방비로 쓰고 향후 5년간 연간 7.5%의 증가세를 이어갈 예정인 점도 주목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주도 동맹국과 관계에서 미국이 큰 비용을 지불하고 아무런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것처럼 말하는데 실은 동맹국들이 미국을 보호하기 위한 귀중한 정보와 군사자산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관계개선을 이유로 동맹국의 군사력을 약화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미국과 동맹국들이 국방예산을 대폭 삭감했는데, 최근 러시아가 다시 무장하고 중국이 강국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동맹국들의 군사력 재구축을 촉구해왔다.
칼럼은 "한국은 북한과 관계개선을 선호하면서도 강한 군대의 가치 또한 이해하고 있다"며 "트럼프 정부는 강력한 동맹국을 도와야지, 약화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특히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이 북한과 중국의 오랜 요구이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도 촉구했던 사안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과 논의한 적도 없으면서 취소한 점을 부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트윗에서 "군사훈련, 즉 내가 '워 게임'이라고 부르는 것은 북한 김정은과의 회담에서 전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며 지론에 따른 결정임을 강조했다.
WP는 "귀중한 협상 카드를 아무런 대가도 없이 주는 것은 좋은 행동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전 세계의 미국 동맹국들이 다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볼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협상,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추진하면서 한국을 제쳐둘지 동맹국들이 궁금해한다고 전했다.
또 동맹국들은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이 미군 철수 그리고, 동맹 관계 자체의 취소를 위한 첫 단계인지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칼럼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중국이 헛된 약속과 무역적자를 조금 줄여주는 대가로 미국의 동맹 관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하게 하는 오류를 가중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지난 1일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장인 코리 가드너(공화·콜로라도) 의원도 성명을 통해 "북한 정권의 비핵화 없이는 정상화를 위한 어떤 조치도 반대한다"며 "미국은 김정은을 달래기 위해 동맹국과 공동 군사대비 태세를 희생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가드너 의원은 "이런 훈련이 필요한 이유는 북한의 적대적인 행동과 거듭된 국제법 위반 때문"이라며 "최대 압박은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제제재, 외교적 압력, 확고한 군사적 자세 등 모든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정은 정권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 없이 압력을 줄이는 것은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noano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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