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최악 미세먼지에 '마스크족'·'당당족'·'은둔족' 갈려
마스크 '일상템' 등극…약속 부쩍 줄고 집·회사 오가는 '쳇바퀴형'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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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고농도 미세먼지가 며칠씩 이어지는 시기가 잦아지면서 미세먼지는 '일상'이 됐다. 새로운 위험요소가 자리잡자 생활의 풍경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는 명실상부 '생필품' 위치에 등극했다.
아예 미세먼지에 노출되기 싫어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고 집에 꽁꽁 틀어박히는 '은둔족'도 등장했다. 그런가 하면 '어쩔 수 없지 않으냐'며 미세먼지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것은 물론 마스크조차 쓰지 않는 '대담한' 부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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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스크는 '일상템'…"버스에서도 안 벗어"
회사원 한모(31)씨는 최근까지 귀찮다는 이유로 미세먼지 마스크를 쓰지 않고 버티다가 도저히 견디기 어려워 마스크를 대량 주문했다. 그는 "이제는 마스크 없이 넘길 수 있을 정도를 넘어섰다"면서 "폭우나 폭설처럼 미세먼지도 폭증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불안에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벗지 않는 사람도 있다.
주부 이모(62) 씨는 "원래는 불편하더라도 장을 볼 때 가까운 시장을 주로 이용하는 편이었는데 이제는 실내 마트로 다닌다"며 "뉴스에서 보니 버스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라기에 웬만하면 이동 중에라도 마스크를 잘 벗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모(20)씨도 "시내버스 안에서도 공기가 탁한 걸 느껴서 마스크를 절대 벗지 않는다"며 "마스크가 답답하기는 하지만 매캐한 공기를 그대로 마시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며 "커피숍에서 커피를 사서 나와도 마스크를 벗기가 싫어서 길거리에서 마시지 않고 꼭 실내에 들어와서 마신다"고 했다.
전국 집어삼킨 미세먼지…수도권 사상 첫 6일 연속 비상저감조치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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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지를 피하고 싶어서'…외출 최대한 안하는 '은둔형'
직장인 강모(34·여) 씨는 전형적인 '은둔형'이다. 최근 미세먼지가 짙은 날이 계속되면서 되도록 저녁 약속 자리를 잡지 않고 퇴근 후 가급적 일찍 귀가한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평소 출근 때는 잘 쓰지 않는 차를 운전해 출근하고, 점심식사도 회사 구내식당에서 해결한다.
강씨는 "평소에 머리를 매일 아침에 감았는데 요즘은 퇴근 후에 감는다. 공기 질이 좋지 않다고 하니까 왠지 하루 동안 쌓인 노폐물을 씻어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33)씨는 "차를 타고 출퇴근하다 보니 밖에 있는 시간이 상당히 적다"며 "저녁에 약속을 잡지 않고 무조건 집에 가서 샤워부터 한다. 최근 일주일간 집, 회사, 집, 회사만 왔다 갔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를 둔 부모들은 밖에 나가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달래느라 고민이 많다.
4세 아들을 키우는 회사원 한모(34)씨는 "미세먼지가 심했던 지난 주말에 아들이 자꾸 놀이터에 나가 놀고 싶다고 해서 '나가면 안 된다'고 달래는 데 애를 먹었다"며 "이번 주말에는 최대한 집에서 같이 놀아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생후 10개월 아이를 둔 서모(35)씨는 "날이 좀 풀려 아이를 데리고 산책하러 나가고 싶지만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 엄두도 못 내고 있다"며 "미세먼지 때문에 자발적으로 가택연금이 된 신세"라고 푸념했다.
따뜻한 봄날 데이트를 기다리는 연인들에게도 미세먼지는 방해요소다.
직장인 오모(34)씨는 "실내 데이트 코스를 짜는 게 일"이라며 "평소 게임도 잘 하지 않는데 PC방을 간다든지 되도록 데이트할 때 밖에 돌아다니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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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배나 미세먼지나…' 마스크 안 쓰는 '당당족'
마스크가 불편하거나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해 마스크 없이 다니는 이들도 있다.
주부 심모(57)씨는 "어차피 공기는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마스크 없이 그냥 다닌다. 마스크의 화학 성분이 우려돼서 더 찝찝하다"며 "공기질이 무척 나빠졌다고는 하지만 20∼30년 전에는 지금보다 더 나빴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방모(53)씨도 "마스크를 하면 화장이 번지고 안경에 김이 서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다. 마스크를 하나 안 하나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며 "건강에 대해 사람들의 지나친 걱정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했다.
취업준비생 박상현(28) 씨는 "마스크를 쓰면 자꾸 안경에 김이 서려 불편하기도 하고, 미세먼지를 막아봤자 얼마나 막을까 싶어 그냥 포기해 버렸다. 앞으로도 자주 이럴 텐데, 받아들여야지 어쩌겠느냐"며 달관한 듯한 웃음을 지었다.
담배를 피우는 김모(32)씨는 미세먼지에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다. 김씨는 "담배를 피우는 입장에서 미세먼지나 담배나 비슷하게 나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든다"며 "미세먼지를 고려해 하루에 한 갑씩 피우던 담배를 절반 정도 줄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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