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국왕-왕세자 부자, 곳곳에서 불화 조짐"

입력 2019-03-06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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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국왕-왕세자 부자, 곳곳에서 불화 조짐"
국왕, 경호팀 전격 교체…왕세자는 인사 강행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국왕과 이 나라 실세인 왕세자 사이에 불화설이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5일(현지시간) 최근 수주 간 살만 사우디 국왕(83)과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33) 간에 중요한 정책문제를 비롯해 곳곳에서 이견을 보이는 조짐이 있다고 보도했다.
부자간 불화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으로 악화하기 시작했으며, 지난달 말 살만 국왕이 이집트를 방문하는 동안 더욱 심해졌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구체적으로는 이집트 방문 중 국왕의 이동 과정에 위험이 있다는 보좌진의 경고가 나온 뒤 즉각 이집트에서 신원이 확실한 30명의 새로운 경호팀이 꾸려졌고, 이들은 기존 경호팀을 대신하기 위해 이집트로 급파됐다.
이러한 신속한 대응은 기존 경호팀 일부가 빈 살만 왕세자의 충성파일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국왕 보좌진은 이집트 경호 요원 일부도 퇴출했다.
둘 간의 마찰 가능성은 국왕이 이집트 방문을 마치고 귀국했을 때 또 불거졌다. 국왕이 사우디의 리야드 공항으로 귀국했을 때 환영인사 명단에 빈 살만 왕세자가 없었던 것이다.
국왕의 이집트 방문 중 관례에 따라 '국왕 대리' 역할을 한 왕세자가 주요 인사를 단행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왕세자는 자신의 친동생으로 주미 대사였던 칼리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자를 국방차관에 임명하고, 빈자리에 리마 빈트 반다르 알사우드(44) 공주를 내세웠다. 사우디의 외교공관 대사직에 여성이 임명된 것은 리마 공주가 처음이다.
그러나 이같은 인사는 비록 얼마간 논의는 있었지만, 발표는 국왕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왕실의 임명 인사는 항상 국왕의 이름으로 발표된다. 하지만, 당시 칙령은 '국왕 대리'가 서명했고, 한 전문가는 이에 대해 수십년간 볼 수 없던 일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특히 국왕과 수행단은 이 인사를 TV를 통해서 알았던 것으로 가디언은 전했다.
그러나 이같은 소문에 대해 미국 주재 사우디 대사관의 한 대변인은 국왕이 해외에 나가 있을 때는 언제나 국왕 대리인 왕세자가 국가 업무를 주관하는 것이 관례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둘 사이에는 예멘 전쟁의 포로 처리, 수단과 알제리 시위에 대한 대응 등 외교정책을 놓고도 충돌하고 있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그러나 일부 분석가는 상황을 잘 못 이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채텀 하우스(영국왕립국제문제연구소)의 닐 퀼리엄은 왕세자가 아버지의 부재중에 결정을 내렸다 하더라도 이는 이미 합의된 정책일 수 있다고 말했다.
퀼리엄은 또 빈 살만 왕세자가 변화를 이끄는 동시에 자신의 권위를 발휘하려는 의지를 내보이고는 있으나 "아직은 아버지의 지지가 필요한 만큼 아버지 의사에 반하는 쪽으로 밀고나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cool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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