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작업중 마스크 벗는 것 막기 어려워"…공기 지연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마스크를 써도 힘들고, 안 써도 힘듭니다."
서울의 한 건설현장 근로자 A씨는 요즘처럼 일하기 힘들 때가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야외작업이 많은 건설현장 특성상 미세먼지를 피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며칠째 최악의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치면서 밖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눈·코·입 안 따가운 곳이 없는 상황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월 '옥외작업자를 위한 미세먼지 대응 건강 보호 가이드'를 마련했다. 사업주는 주의보 발령 시 야외 근로자에게 마스크를 지급하고 이를 착용하도록 해야 한다.
이에 따라 대부분 건설현장에서는 근로자들이 출근하면 마스크를 배포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육체적 노동이 많은 건설 근로자 입장에서는 마스크를 끼고 일하는 것이 여간 답답한 일이 아니다. 마스크 안에 땀이 차고 호흡도 제대로 할 수 없다.
마스크를 끼고 일을 시작했어도 작업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벗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6일 건설현장에서는 마스크를 끼지 않고 일하는 근로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시공사는 시공사대로 어려움을 토로한다.
건설사들은 정부 지침에 따라 근로자들이 출근하면 마스크를 배부하고 매일 아침 운동장 등 야외에서 진행하던 안전조회나 비상대응훈련도 생략했다.
하지만 근로자가 작업 중에 마스크를 벗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마스크를 끼면 답답해서 일할 수 없다는 사람들에게 계속 끼고 있으라고 강제하긴 어렵다"면서 "작업 중에는 어쩔 수 없이 근로자 자율에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최악의 미세먼지가 연일 이어지면서 작업이 지연되는 것도 걱정이다.
건설사들은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 발령 시 다량의 비산먼지가 발생할 수 있는 공정 작업은 자제하도록 했다.
굴착이나 토사 반출, 철거·해체 작업 등이 이에 속한다. 대신에 실내작업을 위주로 현장을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한화건설은 터파기, 기초공사 등 비산먼지가 다량 발생하는 공정의 경우 50% 이상 단축·조정해 공사를 진행 중이다.
SK건설은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 시 토공 굴착이나 상하차, 철거, 야외절단 등 비산먼지 발생 작업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공사시간을 변경·조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제 막 공사를 시작한 현장이다.
내부 작업을 할 게 별로 없기 때문에 사실상 공사 진행이 어렵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공사 기간 지연이 불가피하다.
건설현장 관계자는 "지난 1일부터 닷새간 미세먼지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렇게 미세먼지가 장기간 지속하는 것이 처음이라서 우리도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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