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맞추려면 못쉬어요" 미세먼지 속 옥외 근로자 '죽을 맛'

입력 2019-03-06 17:53  

"공기 맞추려면 못쉬어요" 미세먼지 속 옥외 근로자 '죽을 맛'
사업주가 마스크 지급해도 호흡 답답해 안쓰는 근로자도 많아
고용노동부 "초미세먼지 경보 때 작업자 마스크 안쓰면 과태료"

(청주=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아침부터 작업하다 보면 오후에는 눈이 따가워요. 공사 기한을 맞춰야 하기에 쉴 수도 없습니다"
충북 전역에 초미세먼지 특보가 발효 중인 6일 오후 2시께 청주시 흥덕구 신축 건물 공사장. 현장에서 일하는 장모(45)씨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그는 오전 7시 작업을 시작한다. 한판에 10㎏이 넘는 대리석을 서너개씩 등에 지고 나르다 보면 그의 이마에는 금세 땀이 맺힌다.
건축 자재를 들고 건물을 오르내리다 보면 자연히 숨은 거칠어지고 호흡에 답답함을 느껴 마스크를 벗어버린 노동자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이 공사장에는 12명이 작업을 했는데 이 중 5명만이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를 착용하고 일했다.
한 근로자는 얼굴 전체를 가리는 햇빛 차단용 마스크를 쓰고 건축 자재를 날랐다.
장씨는 "일하다 보면 미세먼지가 많은지도 모르는데, 점심 먹고 오후부터는 목과 눈이 따가운 것을 느낀다"며 "최근에는 아침에 일어나면 피로가 심하고 평소보다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루라도 일을 쉬면 작업 속도가 늦어져서 공사 기한을 맞출 수가 없기 때문에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라고 해서 일을 안 할 수는 없다"고 털어놨다.

청주시를 포함한 충북 중부권역에는 5일부터 이틀째 초미세먼지(PM-2.5) 경보가 발효 중이다. 초미세먼지 경보는 150㎍/㎥ 이상으로 2시간 지속할 때 내려진다.
초미세먼지 경보가 내려지면 사업주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작업자에게 마스크를 의무 지급하고 착용하도록 지도·관리해야 한다.
사업주가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거나, 작업자가 착용하지 않은 경우에는 처벌받거나 과태료를 물 수 있다.
장씨가 일하는 공사장 관계자는 "분진·미세먼지용 마스크를 현장에 배치하고 착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답답하다'는 이유로 쓰지 않고 작업하는 근로자가 많다"고 전했다.
고용노동부 청주지청은 이날 오후 테크노폴리스 부지 조성 공사 현장을 방문해 미세먼지 취약 작업장을 점검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미세먼지 경보가 발효한 경우에는 작업장 종류·규모와 상관없이 의무적으로 마스크 착용하고 작업해야 한다"며 "'답답하다'는 이유로 착용하지 않으면 작업자가 과태료를 물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logo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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