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극동장관-北 대외경제상 참석…"교역 확대, 인프라 건설, 北노동자 등 협의"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와 북한이 정부 차원에서 경제협력 문제를 논의하는 '러-북 통상경제·과학기술 협력 정부 간 위원회'(러-북 경제협력위원회) 제9차 회의가 6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열렸다.
이날 모스크바 시내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개최된 회의에는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극동개발부 장관이 이끄는 러시아 대표단과 김영재 대외경제상을 단장으로 한 북한 대표단이 참석했다.
북한 측에선 대외경제성 외에 수산성, 보건성, 철도성 등 여러 정부 부처와 기관 대표들이 참가했으며, 김형준 모스크바 주재 북한 대사도 자리를 함께했다.
양측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약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회의에서 교역 확대 방안, 교통·운송 분야 협력,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 체류 문제 등 현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즐로프 장관은 회담 뒤 언론 브리핑에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로 러-북 은행 간 송금이 금지됨에 따라 양국 교역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시인하면서, 하지만 양국이 주어진 조건 아래서 교역을 확대하는 방안과 루블화 결제를 도입하는 방안 등에 대해 협의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 극동 하산 역과 북한 두만강 역을 연결하는 자동차 도로용 교량 건설 프로젝트도 논의했다면서 "이 사업에 대한 사전 타당성 조사를 주문한 상태이며 그 결과에 따라 (북한 측과) 사업 견적 문제와 건설 조건 등에 대해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와 북한은 지난 2015년부터 두만강을 가로지르는 자동차 통행용 교량 건설 협상을 벌여오고 있다. 현재도 러-북 국경의 두만강 위에 다리가 건설돼 있으나 이는 양국을 연결하는 철도 통과를 위한 것으로, 자동차 도로용 다리는 없다.
코즐로프 장관은 또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 문제도 논의했다면서 안보리 결의의 틀 내에서 북한 노동력을 계속해 이용하는 문제가 검토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러시아가 안보리 결의에 따라 올해 말까지 북한 노동자를 모두 송환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회의에선 현 상황의 문제만 논의했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12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장거리 미사일 '화성-15형' 발사에 대한 응징으로 북한 해외 노동자들을 2019년 말까지 모두 송환시키도록 규정한 대북 제재 결의 2397호를 채택한 바 있다.
한때 3만4천명에 달했던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는 안보리 제재로 지속해서 감소해 현재 1만명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러-북 양측은 이밖에 석탄 등의 러시아 수출 상품을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북한 나진항을 이용해 운송하는 '나진-하산' 복합 물류 사업 추진 문제도 논의했다고 코즐로프 장관은 설명했다.
한때 한국 측의 참여가 논의되던 러-북 간 '나진-하산' 사업은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이후 한국 정부가 대북 단독 제재 조치를 취하면서 한국 컨소시엄사들의 참여가 무산되고, 러시아 업체들도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기업·개인에 대한 제재)을 우려해 해당 노선 이용을 꺼리면서 위기에 처해 있다.
북한과 러시아 양국은 매년 상대국을 오가며 경제협력위원회를 열고 있으며, 제8차 회의는 지난해 3월 평양에서 개최된 바 있다.
이번 모스크바 회의는 베트남 북미 협상 결렬로 대북 제재 해제 가능성이 한층 불투명해지면서 북한이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 가운데 개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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