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 볼턴 제재 거론 대북압박·'협상총괄' 폼페이오 대화 견인…강온 쌍끌이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포스트 하노이' 국면에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외교·안보 '투톱'의 메시지가 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북미 대화 국면에서 한동안 공개발언을 자제했던 '슈퍼 매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재등판, 북한이 가장 껄끄러워하는 제재 문제까지 거론하는 등 연일 볼륨을 높이며 대북 압박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반면 북미협상을 총괄해온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상대적으로 '로키' 모드이다. 그는 대신 '수주 내에 평양에 협상팀을 보내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언급하는 등 대화 재개의 손짓을 보내는데 방점을 둔 듯한 모양새이다.
두 사람의 이러한 '강온' 행보는 이번 2차 핵 담판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한 대가로 전면적 제재해제를 요구한 북한에 '플러스알파(+α)'로 대변되는 추가 비핵화 조치를 압박하는 동시에 궤도이탈을 방지해 다시 협상 테이블로 견인해야 하는 미국의 이중 과제를 각각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워싱턴 외교가 안팎에서 '굿캅(온건한 경찰)·배드캅(거친 경찰)'으로 대변되는 역할분담론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현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북한에 가장 껄끄러운 존재인 볼턴 보좌관이 비핵화 결단을 압박하는 '악역'을 맡고 협상 총괄역으로 북한과 직접 상대해야 하는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을 다시 대화 판으로 끌어들이는 쪽으로 자연스레 분담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해석인 셈이다.
두 사람 모두 이번 하노이 정상회담 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수행했으며, 28일 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확대 정상회담에 배석한 바 있다. 다만 27일 밤 만찬 때에는 폼페이오 장관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과 함께 참석한 반면 볼턴 보좌관은 배석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볼턴 보좌관은 '포스트 하노이' 국면에서 '스피커'를 자임하며 전면에 나섰다.
그는 지난 3일 미국 CBS와 폭스뉴스, CNN방송에 잇따라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담판 당시 미국이 비핵화 요구사항과 그 반대급부를 제시한 '빅딜' 문서를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했다며 뒷얘기를 공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핵과 생화학 무기, 탄도미사일을 포기하는 결정을 하라고 했다"며 비핵화 대상을 대량파괴무기(WMD) 전체로 설정했음을 분명히 했다. 또한 제재 유지 방침을 밝히며 "선박 간 환적을 못 하게 더 옥죄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압박했다.
볼턴 보좌관은 5일에도 폭스뉴스 라디오와 폭소비즈니스네트워크에 잇따라 출연했다. 특히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으려 한다면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을 들여다볼 것"이라며 제재 발언 수위를 한층 높이는 등 이번 담판의 최대 뇌관이었던 제재 문제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반면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4일 "비록 아직 확약된 바는 없지만 나는 그것(협상)으로 돌아가기를, 향후 수주 내에 평양에 팀을 보내기를 희망하고 있다"면서 "이해관계를 공유할 수 있는 부분들을 찾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며 대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앞선 2일 인터뷰에서도 북한의 인권유린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오토 웜비어 사망 사건의 책임론과 관련, 계속되는 진행자의 질문에도 김 위원장을 직접적 책임자로 지목하는 걸 피해 가는 등 북한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기 위해 발언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부대변인도 5일 브리핑에서 아직 북한과의 후속 협상 일정이 잡힌 것은 없다면서도 "우리는 단언컨대 진전해 나가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하노이 회담에서 합의문 채택은 불발됐지만 여러 이슈에 대한 간극이 좁혀졌다는 점도 부각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볼턴 보좌관에 의해 상대적으로 유화적 메시지를 보내고 있긴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 자체가 '온건파'는 아니라는 게 워싱턴 외교가 안팎의 대체적 분석이다. 직전에 미 중앙정보국(CIA) 수장이었던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관여 드라이브를 진두지휘하고 있지만, 원래는 대표적 대북 강경파로 꼽혀온 인물이다.
이와 함께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미협상이 교착 국면에 빠지면서 사석에서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대한 회의론을 표출해 왔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워싱턴 주변에서 돌았었다.
이와 관련,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폼페이오 장관은 외교적 진전 부족에 대한 좌절감을 토로해왔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의 술책에 당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고 지난달 22일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즉흥적이고 예측불허 스타일인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톱다운 담판에서 '위험한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여러 차례에 걸쳐 각별히 조언했다는 것과 가급적 북미 정상의 독대 시간을 줄이려고 했다는 뒷얘기도 흘러나온 바 있다.
2차 핵담판 결렬 이후 볼턴 보좌관이 재등판한 모양새가 연출된 가운데 향후 국면의 전개 추이에 따라 다시 폼페이오 장관이 전면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영구 폐기를 약속한 동창리 발사장을 복구하는 움직임이 위성사진에 포착됐다는 미언론의 보도가 나온 5일 공교롭게 볼턴 보좌관의 '제재 강화 발언'이 나온 것을 두고 워싱턴포스트(WP)는 6일 양측의 입장이 강경해질 수 있다는 또하나의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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