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직 NSC국장들 "北 '제재 부분해제' 요구는 함정"…WP 기고

입력 2019-03-07 11:25  

美 전직 NSC국장들 "北 '제재 부분해제' 요구는 함정"…WP 기고
"순수 경제 제재와 핵무기 개발 억제용 제재는 구분하기 힘들어"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북한이 유엔 제재 가운데 민생에 지장을 주는 일부 제재의 해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순수한 경제 제재와 핵무기 개발을 억제하기 위한 제재를 구분하기 힘든 만큼 미국이 '함정'에 빠져서는 안된다는 미국 전직 관리들의 주장이 나왔다.
로라 로젠버거 전 미 국가안보회의(NSC) 한중 담당 국장과 리처드 존슨 전 NSC 핵확산방지 국장은 6일(현지시간) '대북 제재는 북한만 응징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보호한다'는 제목으로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글에서 "순수한 의미의 경제 제재와 북한 무기억제를 위한 제재를 구별할 수 없으며, 그러한 구별은 북한의 이익에 부합할 뿐"이라고 밝혔다.


앞서 리용호 외무상은 2차 북미정상회담 후 심야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고 일부 해제, 구체적으로는 유엔제재 결의 11건 가운데 2016∼2017년 채택된 5건, 그중에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로젠버거와 존슨은 "미국은 단지 경제적 측면에서 제재 해제를 규정하는 북한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리 외무상의 주장이 언뜻 합리적인 제안을 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 '순수한 경제 제재 해제'라는 주장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엔 결의안은 세심하게 구성된, 법률 용어로 가득 찬 촘촘한 여러 장의 문서들로, 핵확산을 막기 위한 제재와 순수하게 '경제적인' 제재를 구분하는 명확한 구분 선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대북 제재의 핵심은 북한의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을 위한 물자와 기술, 자금이 북한에 들어가거나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것이며, 특히 미국 정부가 북한을 압박하는 주요 주단이 '경제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대(對) 이란 제재와 마찬가지로 북한에 대한 석유·석탄의 수입 제한, 해산물·섬유 수출 제한을 통해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압박하고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을 위한 자금줄을 차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로젠버거와 존슨은 북한이 1990년대까지 통상적인 상업활동을 하는 것처럼 핵확산 규제를 피하고, 대량살상무기(WMD) 구축에 필요한 장비들을 거래한 점을 거론하며 유엔이 은행거래 차단과 자산동결, 의심스러운 북한 화물검사와 압수 등 온갖 대북 제재를 내린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2차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윤곽을 두고 협상이 계속된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한 발 뒤로 물러서고 외교관과 (핵) 기술 전문가에게 전적으로 협상을 위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도끼 대신 메스를 사용해, 북한이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을 확산 또는 다른 나라로 기술이전 하는 것을 막도록 설계된 엄격한 조치(제재)들을 유지하고, 동시에 상업 활동도 제한적으로 허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도끼 대신 메스를 사용해야 한다'는 말은 북한의 요구에 따라 일부 제재 완화를 하고자 할 경우, 어떤 제재를 완화하고 유지할지 매우 정교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들은 또 이란 핵협상 내용과 마찬가지로, 북한에 대해서도 만약 합의를 어기면 제재를 바로 복원시키는 '스냅 백(snapback)' 메커니즘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전버거와 존슨은 "기존 제재의 지속적인 집행이 미국의 국가안보와 핵확산방지, 그리고 잠재적으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키는 데 매우 중요하다"며 "리 외무상의 '프레이밍'(framing)은 최소한의 부분 해제를 주장해온 중국, 러시아, 한국의 동정을 구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고 밝혔다.
noano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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