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해도 국가 경제에 악영향 없어"

입력 2019-03-07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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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해도 국가 경제에 악영향 없어"
이상헌 ILO 고용정책국장 기자간담회…"100주년 총회 때 문대통령 연설 희망"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국제노동기구(ILO)는 ILO 핵심협약 비준이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걱정은 기우라고 강조했다.
이상헌 ILO 고용정책국장은 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핵심협약 비준이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많다"며 "하지만 오랜 기간 연구 결과 핵심협약 비준은 기업 고용이나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이 국장은 "일부 연구는 핵심협약 비준이 오히려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까지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1991년 ILO 152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지만, ILO 전체 협약 189개 가운데 29개만 비준한 상태다.
특히 87호와 98호를 비롯해 29호(강제노동에 관한 협약), 105호(강제노동 폐지에 관한 협약) 등 핵심협약 8개 중 4개는 가입 30년이 다 돼가도록 비준하지 않고 있다.
ILO 핵심협약은 비준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회원국이 준수해야 하는 것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87호와 98호를 모두 비준하지 않은 나라는 미국과 한국 둘뿐이다.
87호와 98호는 노동조합 등 단체 설립에 관한 자유와 결사의 자유, 자주적 단체 운영과 활동, 노조 등 활동을 이유로 한 불이익 배제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국장은 "핵심협약은 이걸 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는 식의 지침이 없지만, 현재 한국에서는 관련 논의를 하면서 대체 노동 등에 대해 논쟁하고 있다"며 "핵심협약 비준은 모든 과제의 끝이 아니라 시작으로서, 관련법이나 제도를 개정하는 데 좀 더 폭넓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비정규직 문제가 첨예한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목소리를 낼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많은 나라가 핵심협약을 비준하는 게 왜 그렇게 힘든 것이냐는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국장은 한국에서 파업이 노동자 측에 많이 기울어져 있다는 경영계 주장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파업하기 쉽다고 단정적으로 얘기하기는 힘들지만, 유럽에서 정당하게 볼 수 있는 것조차 한국에서는 불법으로 판단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 국장은 올해 ILO 설립 100주년 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에 나선다면 국제 노동문제에 대한 한국의 기여도가 급상승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서 논의가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는 모르겠지만, ILO에서는 이미 문 대통령에게 초대장을 보낸 것으로 안다"며 "한국이 ILO에 가입한 이후 노동문제에 굉장히 수세적이었는데 이번에 대통령이 연설한다면 좀 더 당당하게 국제 노동문제에 대해 의제 설정(어젠다 세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0년부터 ILO에서 근무해온 이 국장은 지난해 고용정책국장에 임명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ILO가 주창하는 임금주도성장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날 오후에는 ILO '일의 미래 보고서' 관련 노사정 포럼에 참석한다.
s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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