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실에서 가상화폐 채굴했다가 구속…학교 제적, 생활고 등 사정 참작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대학 컴퓨터실에서 가상화폐 채굴 프로그램을 가동한 혐의로 구속된 외국인이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석방돼 모국으로 돌아가게 됐다.
울산지검은 현주건조물 침입 등 혐의로 구속된 인도네시아인 A(22)씨를 기소유예 처분했다고 7일 밝혔다.
기소유예는 죄는 인정되지만, 범행 후 정황이나 범행 동기·수단 등을 참작해 검사가 기소하지 않고 선처하는 것이다.
A씨는 모 과학기술특성화 대학 공용컴퓨터실의 컴퓨터 27대에 지난 1월 말 비트코인과 모네로(익명성이 강한 암호화폐)를 채굴하는 프로그램 'HoneyMiner'(허니마이너)를 설치해 수일간 가동한 혐의로 경찰에 검거돼 구속됐다.
조사 결과 A씨는 2014년 이 대학에 입학해 지난해 1학기까지 외국인 학부생으로 재학했으나, 학교 등록을 하지 않아 지난해 9월 제적 처리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제적 이후에도 대학 컴퓨터실을 드나들며 채굴 프로그램을 설치·가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울산지검은 피의자 조사 과정에서 A씨가 4년간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다가 성적이 떨어져 전액 장학금을 받지 못한 점, 생활비가 부족해 친구 카드로 몰래 식권을 샀다가 적발돼 장학금이 취소된 점, 등록금 미납으로 제적당한 뒤 모국으로 돌아갈 항공권을 구매하려고 범행한 점, 피의자가 취득한 수익이 20달러에 불과하고 학교 피해 정도가 크지 않은 점 등을 확인했다.
이에 울산지검은 시민들로 구성된 '검찰시민위원회'를 열어 A씨를 구속기소 하는 문제를 논의했고, 위원들은 '피의자를 석방하고 기소유예 처분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만장일치로 제시했다.
울산지검은 위원회 의견을 존중해 A씨 구속을 취소하고, 엄중한 경고와 함께 출국 절차 등을 설명한 뒤 석방했다.
현재 A씨는 울산출입국외국인사무소 관리 아래 항공권을 구매하고 출국을 기다리고 있다.
울산지검 관계자는 "양형에 대해 국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춰 공정하게 검찰 업무를 수행하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피의자가 범행에 이르게 된 사정까지 세심하게 살펴 정의에 부합하는 처분을 하겠다"고 밝혔다.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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