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학자들, 서강대서 '일본군 위안부' 학술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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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위안소 운영이라는 비정상적이고 폭력적인 '죽음의 정치' 바탕에는 일본 '천황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키나와 현대사와 일상의 폭력성을 연구하는 도미야마 이치로(富山一郞) 일본 도시샤대학 교수는 7일 서강대에서 열린 '전쟁, 여성, 폭력: 일본군 위안부를 트랜스내셔널하게 기억하기' 국제학술회의에서 일본군 위안부와 폭력에 대해 발표하며 '천황제'를 비판했다.
도미야마 교수는 "전후(戰後)를 천황의 폐기로 시작하지 못한 일본의 무참함이 더 깊어지고 있다"며 "이 무참함은 아베 정권의 문제는 아니며, 일본 공산당까지도 천황을 승인하고 '황위 계승'에 안절부절못하는 언론이 활개를 치고 있는 현재 일본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오키나와에 한정한다면 천황제를 존속시키는 전후 일본과 미국의 야합에 의해 '죽음의 정치'가 계속됐다"며 "오늘날 일본의 무참함을 방치한다면, 상처를 다시 묻어두는 것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미야마 교수가 지칭한 '죽음의 정치'는 법의 효력이 미치지 않아 폭력이 지배하는 상태를 뜻한다. 그는 '죽음의 정치'가 성차별이나 인종주의를 통해 구현되며, 일본에서는 역사가 청산되지 않아 아직도 폭력성이 영향력을 미친다고 보았다.
도미야마 교수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 확산과 위안부 피해자 증언에 대해 "과거 사건이나 특정인의 아픔으로 구분해 개별화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포함한 새로운 관계성을 위한 물음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주목해야 하는 것은 공적 공간에서의 커밍아웃이 아니라 '어떤 시민을 생존케 하고 다른 시민을 생존 불가능하게 하는' 정치에서 언어가 있을 곳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다양한 형태의 증언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타 가즈에(牟田和惠) 오사카대 교수는 일본에서 미투 운동이 확산하지 않는 이유를 분석하면서 "미투 운동에 대한 압력과 공격, 위안부 피해 여성에 대한 증오와 멸시에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해자 측의 일방적 정의에 의해 여성에 대한 성적 가해가 묵인되고 허용돼 처벌받지 않는 사태는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민족주의와 여성 혐오, 여성 차별이 공존하는 것은 역사가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성들의 국가를 초월한 연대만이 배타적 민족주의를 극복하고 여성 차별과 혐오에 맞서는 강력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8일까지 이어지는 학술회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구성하는 지식 기반을 점검하고 새로운 성찰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됐다. 한국과 일본 학자들이 위안부 문제의 현재, 전쟁과 여성, 피해자 증언과 그 이후에 대해 발표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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