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인정 질환 늘어나자 천식 피해자들도 배상 요구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을 쓴 이후 천식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들이 옥시레킷벤키저(옥시)를 상대로 2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불거진 이후 8년이 지났으나,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검찰 수사가 이어지는 등 사태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6명은 7일 서울 영등포구 옥시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옥시를 상대로 총 2억4천만원(1인당 4천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그간 폐 질환자들에 대한 기업 차원의 보상은 이뤄졌으나 천식의 경우 2017년 9월 뒤늦게 정부가 인정하는 구제급여 대상에 포함돼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구제급여를 받는다는 것은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와 해당 질환의 인과성을 인정했다는 뜻이라 피해자들이 기업을 상대로 제기하는 민사소송에 유리할 수 있다. 지금까지 316명(사망자 18명 포함)이 가습기 살균제 천식 피해 구제급여 대상자로 인정됐다.
피해자들은 "1999년부터 2009년 사이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 등을 써서 건강상 피해를 보고 오랜 기간 사회와 가정에서 정상적 생활을 할 수 없었다"며 "힘겹고 긴 조사과정 끝에 정부로부터 피해를 인정받긴 했으나 완치되리라는 보장 없이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가해자로서 책임 있는 사과나 배상은커녕 폐 질환과 관련된 일부 피해자들에게만 개별적으로 배상·합의를 진행했다"며 "여러 다른 질환을 앓는 수많은 피해자는 애써 모른 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참여한 조순미(50) 씨는 천식, 급성 호흡부전, 부신 기능 저하로 인한 수면장애 등을 앓고 있다고 호소했다. 24시간 산소 공급기를 착용해야 할 정도로 상태가 나빠져 현재 '고등도장해'로 장해등급을 변경하는 심사를 받고 있다.
중증도장해 판정을 받은 김경영(43) 씨는 천식, 알레르기성 비염 등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딸 정모(10) 양 또한 천식을 앓고 있다.
현재 옥시뿐 아니라 '가습기 메이트' 판매사인 애경산업과 제조사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을 상대로 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진행되고 있다.
애경산업을 피고로 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현재 9건 진행 중이며, 소송 가액은 총 178억3천만원이다. SK케미칼을 대상으로는 6건의 소송 진행 중이다.
그러나 SK·애경이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사용한 CMIT·MIT에 대해선 옥시가 원료로 쓴 PHMG·PGH와 달리 유해성이 인정되지 아직까지 제조·판매사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민사소송 역시 지지부진한 상태다.
검찰은 지난해 말 CMIT·MIT의 유해성을 입증한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SK·애경에 대한 수사를 재개했다. 검찰 수사·기소 결과에 따라 SK·애경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가 피해를 본 이들의 민사소송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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