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속 매년 100만명 열광…치킨산업 활용한 도시축제 새모델
세계적 관광형 산업축제로 도약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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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연합뉴스) 홍창진 기자 = '대프리카' 대구의 무더위를 활용한 치맥 페스티벌이 젊은 도시 이미지와 수익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지역축제의 모범사례가 됐다.
치킨(chicken·닭 또는 닭고기)의 '치'와 맥주의 '맥'을 합친 신조어 치맥이 대구 폭염과 결합해 누구나 한 번쯤 찾고 싶은 테마 축제로 격상했다.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로 불릴 만큼 한여름 더위로 유명한 대구에서 열리는 치맥 페스티벌은 해를 거듭할수록 인기를 더해 지난해에는 100만명 이상이 축제장을 찾았다.
행사를 기획한 대구시가 민간단체와 협력해 치맥 페스티벌을 단기간에 주목받는 축제로 키워낸 것이다.
더위를 피해 주민이 도심을 떠나는 분위기를 뒤집은 역발상의 접근으로 여름 도심축제의 새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호응에 힘입어 올해부터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문화관광축제 유망축제로 승격했다.
대구 치맥 페스티벌은 치킨과 맥주를 소재로 2013년 7월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열렸다.
대구시는 2012년부터 지역 치킨 산업을 바탕으로 스토리텔링을 가미한 산업축제 가능성을 감지하고 농산유통과를 주관 부서로 정해 축제를 추진했다.
기존 도심 축제가 있었지만 관광객 눈길을 끌 만한 킬러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새로운 행사를 고민하던 대구시가 탄탄한 지역 기반을 지닌 치킨 산업에 주목했다.
이에 치킨 업계를 중심으로 치맥산업협회를 구성하고 치맥 페스티벌 조직위원회도 출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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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치킨 업체 30개사가 참가한 첫 축제에는 나흘 동안 27만명이 다녀갔다. 이듬해에는 80개사, 62만명에 이어 2015년에는 85개사, 88만명으로 늘었다.
치킨과 맥주의 환상적인 궁합이 입소문을 타면서 2016년 92개사가 참가해 처음 100만명을 유치한 데 이어 2017년과 2018년 3년 연속 100만명 시대를 맞았다.
낮 최고 기온 37∼38도를 오르내리는 폭염 속에서 축제장에 온 관광객과 시민들이 치킨을 먹고 맥주를 마시며 신나는 음악에 몸을 맡긴 채 무더위를 잊었다.
축제 기간에 소비되는 닭은 40여만마리(60억원 상당), 맥주는 30여만ℓ(18억원 상당) 정도다.
대구시와 조직위는 '참여와 체험'을 축제 키워드로 잡고 참가자 중심의 프로그램 운영을 인기 비결로 꼽았다.
치맥 축제에 대한 대구시민들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시민 오은기(38·남구 봉덕동)씨는 "자녀와 함께 축제장을 찾은 적이 있는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치킨이 넘쳐났고 다른 먹거리도 많았다"며 "지역의 새로운 명물로 자랑할 만하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응기(51·달서구 대곡동)씨는 "특색있는 대구만의 축제로 발전할 여지가 있는 것 같다"며 "특정 계층이 아닌 가족 단위 참여가 가능하고 나들이를 겸할 수 있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치맥 페스티벌이 주목받은 것은 대구의 우수한 치킨 산업 인프라를 토대로 무더운 날씨를 활용해 '치킨과 시원한 맥주'라는 대중적 소재를 끌어낸 결과로 분석된다.
전국에서 인기를 끄는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 중 상당수는 대구와 인근 경북권이 본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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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치킨 브랜드인 교촌치킨, 호식이두마리치킨, 땅땅치킨, 종국이두마리치킨, 치킨파티, 별별치킨, 대구통닭 등이 모두 대구를 기반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전쟁 이후 피폐한 생활을 하는 국민에게 육류를 제공하기 위해 대구지역에서 닭고기 산업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1970∼1980년대부터 치킨 관련 브랜드가 생겨나 대한민국 최초의 토종 치킨 프랜차이즈인 멕시칸 치킨을 비롯해 멕시카나, 처갓집양념치킨, 스모프치킨 등이 탄생했다.
또 동구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 등 치킨 관련 외식산업이 발달했고 치킨, 찜닭, 닭똥집 등 다른 메뉴를 한 곳에서 팔며 치킨에 관한 대구의 역사성과 전통을 쌓았다.
치맥 페스티벌은 참가자들이 열정과 끼를 발휘할 수 있는 축제 컨셉트를 정하고 다양한 먹을거리와 볼거리, 공연 참여, 체험기회를 제공한 것도 주효했다.
6년 동안 누적관람객이 약 500만명에 달하고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알려지는 등 세대와 계층이 함께 즐기는 여름 축제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축제 경우 생산유발 264억원, 부가가치유발 97억원에 고용유발 160명의 효과를 거뒀다. (분석기관 코뮤니타스)
축제장을 찾은 외국인도 약 10만명으로 추산된다.
작년 여름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부인과 함께 치맥 페스티벌 행사장을 찾아 캔맥주를 마시고 치킨을 맛보는 등 4년 연속 주한 미국대사 또는 대리대사가 축제장을 찾았다.
치맥 페스티벌이 히트하면서 다른 지역에도 이를 벤치마킹한 소규모 축제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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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중앙 부처와 지자체가 동시에 후원하는 사례는 대구 축제밖에 없다.
"지역 음식 맛이 없다"는 편견을 없애기 위해 국민 먹거리인 치킨을 대표 별미음식으로 부각할 필요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계명대 오익근 교수팀(관광경영학)이 2013∼2015년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회자하는 대구 음식을 분석한 결과 치킨이 꾸준히 화제를 일으킨 것으로 조사됐다.
치킨은 소셜미디어에서 대구 음식문화와 관련해 자주 언급된 상위 키워드에 3년 연속 올랐다.
연구진은 치킨이 지역 음식으로서 인터넷 화제가 된 주요 이유로 치맥 페스티벌 개최가 젊은 층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2017년부터는 행사장에서 맥주 마니아들에게 인기 있는 소규모 수제 맥주를 맛볼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대구시 규제개혁추진단이 행사장에 다양한 맥주가 필요하다는 담당자 건의에 따라 기획재정부, 국세청을 찾아다니며 식품위생법상 영업허가를 받도록 설득했다.
시는 앞으로 치맥 페스티벌의 글로벌화를 추진하며 지역 경제와 연계를 강화해 한 단계 도약하려고 구상하고 있다.
세계 최대 맥주 축제인 독일 옥토버페스트를 벤치마킹하고 옥토버페스트 조직위원장 초청 등 교류를 추진하고 있다.
이동건 대구시 농산유통과장은 "치맥 페스티벌이 옥토버페스트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적 관광형 산업축제로 도약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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