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꼭 밝히길 원해…강제연행 인정 여부 알게 해 달라"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생존해 있는 위안부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인 길원옥(92) 할머니가 2015년 말 한국과 일본의 '위안부 합의'와 관련된 협상 문서의 공개 여부를 다투는 소송에서 재판부에 호소문을 제출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송기호 변호사는 7일 서울고법 행정3부(문용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위안부 합의 협상 문서 공개소송 항소심 변론을 마친 뒤 호소문을 공개했다.
길 할머니는 삐뚤삐뚤한 글씨로 직접 쓴 호소문에서 "저는 '위안부'라고 불렸던 23명의 생존 할머니 중 한 사람"이라며 "고향은 평양이고, 13살에 일본에 의해 끌려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 나이 이제 92살이다. 죽기 전에 꼭 진실을 밝히기를 원한다"며 "일본이 위안부 문제의 진실인 강제연행을 인정했는지를 국민이 알게 해주시기를 간절히, 진심으로 호소한다"고 적었다.
송 변호사는 법정에서 이런 호소문 내용을 낭독한 뒤 "원심에서 승소할 때만 해도 40명의 할머니가 살아 계셨는데 이제 22명밖에 남아 계시지 않다"며 "이 사건이 단순한 외교 관계의 성격이 아니라 할머니들의 권리 구제라는 점을 헤아려달라"고 신속히 정보가 공개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법정에 함께 나온 정의기억연대 강경란 활동가는 "길 할머니가 이 호소문을 쓴 2월 20일만 해도 23명의 할머니가 살아계셨는데, 그 사이에 곽예남 할머니가 소천하셔서 22명이 됐다"고 전했다.
그는 "길 할머니가 이 글을 전하면서 꼭 재판에 이겨 진실이 규명되기를 바라셨고,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건강히 활동하시겠다는 의지를 피력하셨다"고 말했다.
이 소송은 송 변호사가 한일 정부의 위안부 합의 과정에서 일본군과 관헌의 강제연행 인정 문제를 협의한 문서를 공개해 달라며 2016년 외교부를 상대로 제기한 것이다.
이듬해 1심은 "대한민국 국민은 일본 정부가 어떠한 이유로 사죄 및 지원을 하는지, 그 합의 과정이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됐는지를 알아야 할 필요가 크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에 외교부가 불복해 진행된 항소심은 이날 심리가 마무리됐다. 재판부는 내달 18일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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