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 연정, 극한 대립 지속…총리 "오는 11일 결정 내릴 것"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작년 6월 출범한 이탈리아 포퓰리즘 연립정권이 북서부 토리노와 프랑스 리옹을 잇는 고속철도(TAV) 건설을 지속하느냐를 놓고 극한 대립을 이어가면서 정부 내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정부는 당초 TAV의 처리 방침을 오는 8일(현지시간)까지 공개하겠다고 밝혔으나, 포퓰리즘 연정의 당사자인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정당 동맹의 수뇌부가 수 차례의 회동에도 불구하고 의견 접근을 이루지 못하면서 TAV의 운명에 대한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고 있다.
환경운동가들이 당의 주축을 차지하고 있는 오성운동은 알프스산맥을 가로지르는 터널 건설을 수반하는 TAV가 환경에 재앙이 될 뿐 아니라, 비용 대비 편익 효과 분석에서도 마이너스 효과가 나는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TAV 백지화를 요구한다.
오성운동 소속의 다닐로 토리넬리 교통부 장관 주도로 최근 완료한 비용 대비 편익 효과 분석에서는 TAV 완공 시 70∼80억 유로의 적자가 날 것이라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반면, 산업이 발달한 북부를 주요 지지 기반으로 하는 동맹은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와 프랑스 파리의 통행 시간을 기존 7시간에서 4시간 반으로 획기적으로 앞당기는 TAV가 이탈리아의 경제발전을 촉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업 중단 시 이미 일부 지원금을 투입한 유럽연합(EU)과 프랑스에 거액을 배상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내세워 건설 강행을 촉구한다.
동맹을 이끄는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TAV 일부 구간의 공사가 이미 시작된 상황이기 때문에 건설을 끝마치는 것이 공사를 백지화하는 것보다 경제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TAV에 포함된 162㎞의 총 터널 구간 가운데 이탈리아 구간의 7㎞를 비롯해 현재까지 약 29㎞의 터널이 완공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양측의 중재 역할을 맡고 있는 주세페 콘테 총리가 7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탈리아가 과연 TAV를 필요로 하는지에 강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며 이런 입장은 프랑스와 EU와 공유돼야 한다고 말해 귀추가 주목된다.
콘테 총리는 "오성운동과 동맹이 손잡고 연정을 출범시켰을 때 TAV의 전면 수정이 정부의 추진 사항 중 하나로 들어 있었다"면서 평행선을 달리는 양측의 입장을 절충해 TAV 건설 계획안을 대폭 수정하는 방안을 결론으로 제시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또한 "현재의 비용 부담 방식은 공정하지 않다"면서 재원 분담에 대해 프랑스, EU와 다시 논의를 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총 260억 유로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TAV는 EU가 공사비의 40%를 지원하고, 당사국인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각각 35%와 25%를 분담하는 것으로 돼 있다.
콘테 총리는 또 TAV를 둘러싼 연정 두 세력의 극한 대립을 인정하면서 "시간을 좀 더 갖고 (접점을 찾기 위해) 계속 논의할 것이다. 오는 11일에는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면서 세간의 관측처럼 TAV로 인해 연정이 붕괴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살비니 부총리는 이 문제에 대한 정치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TAV 공사가 이뤄지는 북서부 피에몬테 주민이나 이탈리아 국민 전체를 상대로 주민투표를 실시해 TAV의 중단과 지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문제를 주민투표에 부치면 건설 강행 쪽이 중단 진영을 근소하게 앞설 것으로 현지 언론은 보고 있다.
중도좌파 민주당(PD),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 등 야당 역시 TAV 건설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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