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막기'로 73억원 횡령도…상품설명엔 거짓 안전장치 잔뜩
대표 구속기소, 영업본부장 불구속기소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P2P대출업체 A사는 2016년 홈페이지에 서울 종로구 관철동 모텔 신축 사업에 투자하는 상품을 게시했다. 8개월 동안 투자하면 연 15%의 수익을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P2P업체가 해당 신축 모텔의 신탁등기 내 2순위 수익권자로 등록돼 안전한 투자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거짓이었다. 실제 등기부등본에 P2P대출업체의 이름은 말소된 상태였다. 8개월만 투자하면 될 줄 알았던 투자자들은 3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담보도 없는 허위 상품으로 최대 연 20%의 수익을 주겠다고 속여 투자자들에게서 수백억원을 뜯어낸 A사 대표가 금융·수사 당국에 적발돼 쇠고랑을 찼다.
서울남부지검은 금융감독원의 수사 의뢰로 A사를 수사한 결과 이 회사의 대표 주 모(33) 씨를 사기, 업무상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같은 회사 영업본부장 노 모(33) 씨는 불구속기소 했다고 8일 밝혔다.
P2P대출은 중개 업체가 투자자에게서 모은 돈을 미리 공지한 차용인에게 빌려주고, 이후 차용인이 돈을 갚으면 원금과 이자를 투자자에게 수익으로 돌려주는 구조다.
A사는 2015년 11월부터 작년 1월까지 돈이 필요한 건설사, 주유소 운영자 등에게 투자하면 연 13∼20%의 이익을 거둘 수 있다고 홍보하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모았다.
이렇게 모인 투자금 중 일부는 원래 상품의 취지대로 사용되고 수익도 제대로 배분되기도 했으나 일부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주 대표는 담보를 확보하지 않았거나 담보를 확보할 수 없는 허위 상품인데도 멀쩡한 상품인 것처럼 투자자 6천802명을 속여 투자금 총 162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편취한 금액은 회사 운영 비용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정 상품은 대출이 취소돼 해당 상품 투자자에게 돈을 돌려줬어야 했지만 주 대표는 다른 투자자에게 이 투자금을 수익금으로 지급했다. 이런 '돌려막기'로 횡령한 돈은 73억원에 이른다.
주 대표는 또한 특정 부동산 컨설팅 업체와 거래할 때는 담보 없이 대출해주거나, 이미 설정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해주는 등 편의를 봐주면서 회사에 30억원 규모의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도 받는다.
검찰은 이런 편의를 받은 해당 부동산업체 대표 이 모(51) 씨 등도 주 대표와 사기 공범인 것으로 보고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공소 사실에 포함된 대부분 범행에서 허위 담보로 제공된 물건은 대부분 등기부 등본만 떼어 확인해 봤어도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P2P대출 투자가 대부분 소액인 탓에 투자자들이 홈페이지 설명만 보고 확인하는 과정을 소홀히 한 것 같다"고 말했다.
A사는 2017년 11월 기준 누적 대출액 805억원으로 P2P대출 업계 순위에서 3위를 차지하는 등 꾸준히 외형을 키워왔다. 같은 해 11월에는 코스닥 상장사가 A사를 인수하기도 했으나, 이 상장사는 부실을 이유로 1년 만에 인수 계약을 파기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현재 A사가 투자자들에게 제때 지급하지 못하고 연체 중인 금액은 총 253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이번 범행에 연루된 상품만도 92억원에 달한다고 검찰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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