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 전 닛산 회장 '변장 출소' 논란…변호인 사죄

입력 2019-03-08 11:53   수정 2019-03-08 13:56

곤 전 닛산 회장 '변장 출소' 논란…변호인 사죄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카리스마를 풍기던 그 회장님은 어디 간 거지?"
지난 6일 도쿄구치소에서 구금된 지 108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난 카를로스 곤(64) 전 닛산자동차 회장이 구치소를 나설 때 입었던 복장이 얘깃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 5일 3번째 보석 신청이 받아들여진 곤 전 회장이 보석금 10억엔(약 100억원)을 현금으로 납부한 것은 하루 만인 6일 정오쯤으로 알려졌다.
곤 전 회장이 곧 풀려날 것으로 알려지면서 도쿄구치소 정문 앞에는 취재진이 장사진을 쳤다.
6일 오후 3시 조금 넘어 차량 지붕에 작업용 사다리가 붙은 스즈키의 경승합차 '에브리'가 구치소 현관에 정차했다. 공사 현장에서 흔히 쓰는 차량이었다.



이 때문에 200여 명의 취재진은 이 차량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공사 관계자가 이용하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후 4시가 넘어서자 도요타 고급승용차 한 대가 스즈키 차량 뒤로 다가와 멈춰섰다.
취재진은 곤 전 회장이 이 차를 타고 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카메라의 초점을 맞췄다.
이어 15분쯤 뒤 스즈키 차량에서 내린 군청색 작업복 차림의 여성이 구치소 직원과 함께 종이가방을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오후 4시 30분쯤 같은 작업복 차림의 두 명이 제복을 입은 구치소 직원 8명에 둘러싸여 밖으로 나왔다.
그중 한 명은 노란색 반사(反射) 조끼까지 붙은 작업복 차림에 남색 모자를 푹 눌러쓰고 흰색 마스크를 했다.
검은 뿔테 안경을 착용해 얼굴에서 눈 분위만 드러났지만 매서운 눈초리를 한 그 사람이 곤 전 회장임을 알 수 있었다.
한 일본인 카메라 기자는 "여성이 들고 간 종이 가방에 곤 전 회장이 입고 나올 옷이 들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은 이를 곤 전 회장의 '변장(變裝) 출소'라고 묘사하면서 배경 분석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곤 전 회장은 취재진의 허를 또 찔렀다.
허름한 작업 차량 뒤에 주차돼 있던 고급승용차를 타고 구치소를 나갈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가 오른 것은 작업 차량이었다.
이 같은 변장 퍼포먼스는 변호인들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곤 전 회장이 흔쾌히 수락해 이뤄진 것이었다고 한다.
변호인단은 사이타마(埼玉)현에 실제로 있는 건축 도장회사에 부탁해 스즈키 차량을 빌렸다.
곤 전 회장이 쓴 모자와 작업복은 역시 사이타마현에 있는 철도차량 설계업체인 일본전장(電裝) 것이라고 한다.
마이니치신문은 차량, 작업복, 모자 등 모든 것을 변호인단이 준비한 것이라며 무슨 이유로 곤 전 회장을 작업 인부 차림으로 변장시켜 출소 장면을 연출했는지 분명치 않다고 전했다.
[로이터 제공]
이와 관련, 히로나카 준이치로 변호인은 "무죄를 호소하기 위해선 당당하게 나오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런대로 유머러스했다는 지적도 있다"면서 "한 변호사가 아이디어를 내고 곤 전 회장이 변장도 재밌겠다"고 동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뒷얘기를 전했다.
마이니치는 변호인 측은 보석 후 머물게 될 주거가 언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슬그머니 빠져나가는 것을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더 주목받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일본 언론이 곤 회장의 변장 출소에 초점을 맞춰 흥미 위주로 보도하는 것에 대해 인터넷 여론은 엇갈리고 있다.
올해 핼러윈 때 곤 전 회장의 작업원 복장이 유행할 것이라며 단순 화젯거리로 접근하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언론이 변장 얘기만 한다"며 황색 저널리즘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변장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알려진 다카노 다카시(高野隆)변호사는 8일 자신의 블로그에 "곤 전 회장의 명성에 욕을 보인 결과가 됐다"며 사죄하는 글을 올렸다.
한편 변호인단은 무죄를 주장하는 곤 전 회장의 기자회견을 내주 이후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곤 전 회장은 2011~2015년 유가증권보고서에 5년간의 연봉 50억엔(약 500억원)을 축소 신고한 혐의(금융상품거래법 위반) 등으로 지난해 11월 19일 도쿄지검 특수부에 의해 전격 체포됐고, 3번째 보석 신청이 도쿄지법에 받아들여져 석방됐다.


parks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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