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영화와 예술영화 사이…은유와 상징 가득한 '우상'

입력 2019-03-08 12:48   수정 2019-03-08 20:27

상업영화와 예술영화 사이…은유와 상징 가득한 '우상'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청렴한 도덕성으로 대중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으며 차기 도지사 유력 후보로 떠오른 도의원 구명회(한석규 분). 그는 아들이 교통사고를 내고 피해자를 은폐한 사실을 알게 되자, 단순 교통사고로 위장해 아들을 자수시킨다.
지체 장애가 있는 아들만 보고 살아온 유중식(설경구)은 어느 날 아들이 교통사고로 싸늘한 주검이 돼 돌아오자 절망한다. 사고 당일 아들의 행적에 의문을 품은 그는 아들과 함께 있다가 사라진 며느리 최련화(천우희)의 행방을 찾는다.
깔끔하게 사건이 마무리된 줄 알았던 구명회도 뒤늦게 아들이 낸 사고 현장에 목격자 최련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를 쫓는다.
오는 20일 개봉하는 '우상'은 한 사건으로 얽히는 세 인물의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숨겨진 비밀을 한 꺼풀씩 벗기다 마침내 사건의 전모를 퍼즐처럼 드러내는 전형적인 상업영화와는 결이 다소 다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건과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143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채운다.
다소 복잡한 이야기가 퍼즐 몇 조각이 빠진 듯 전개되다 보니 따라가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다. 퍼즐의 빈자리는 은유와 상징이 메운다. 답을 찾는 것은 전적으로 관객 몫이다. 끊임없이 호기심을 자극하고 긴장감을 끌어올리지만, 결국은 '불친절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영화가 주목하는 것은 세 인물의 선택이다. 잘못된 선택은 사건을 더 꼬이게 하고 예기치 못한 파국을 불러온다.
장편 데뷔작 '한공주'로 주목받은 이수진 감독은 "오랫동안 한국 사회에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끊임없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서 그 시작이 어디일까 고민한 끝에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감독은 그 근원으로 내면에 자리한 각자의 우상을 꼽고 싶은 듯하다. 그것은 신념일 수도, 성공에 대한 욕망일 수도, 누군가에 대한 사랑일 수도 있다. 각자 내면의 우상이 발화돼 서로 부딪힐 때 강력한 파열음을 낸다. 우상에 사로잡혀 서로를 찢어발기는 인간군상을 통해 우리가 쫓는 우상이 얼마나 헛되고 허망한 것인지를 드러낸다.
구명회를 추동하는 것은 성공에 대한 욕망이다. 냉철해 보였던 그의 판단력은 욕망 앞에 모래성처럼 무너지고, 급기야 자신을 우상으로 만들어 버린다.
유중식을 움직이는 것은 핏줄에 대한 집착이다. 하나뿐인 아들을 잃은 슬픔을 못 이기던 그는 결국 핏줄을 위해 뜻밖의 선택을 한다.
중반에서야 모습을 드러내는 최련화는 생존 그 자체가 목표다. 살기 위해 못 하는 일이 없다.

사실 성공에 집착하는 정치인이나 자식을 잃고 복수하려는 부모, 생존을 위해 물불 안 가리는 중국교포 이야기는 기존 상업영화에서 많이 다뤘던 소재다.
감독은 익숙한 이야기에 재미와 심오한 주제의식을 모두 담으려는 듯 보인다.
그러나 의도와 달리 상업영화와 예술영화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길을 잃은 모습이다. 장르적 쾌감이 크지도, 주제의식이 명확하게 다가오지도 않는다.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가 열연했지만 세 인물이 내린 선택이 설득력 있게 느껴지지 않는 탓이다. 상징과 은유로 마무리한 결말은 오히려 주제의식의 과잉으로 비치기도 한다.
전체적인 짜임새와는 별개로 대사 전달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 천우희의 중국 지역 사투리는 태반이 알아듣기 어렵다. 설경구의 낮고 읊조리는 대사도 때때로 감정에 묻혀버린다. 자연스러운 연기 톤을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이라지만, 주요 정보를 놓치는 바람에 흐름을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다. 자막을 필요하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기존 범죄영화에서 많이 지적됐던 중국교포에 대한 전형적인 묘사도 등장한다. 불편함을 느낄 관객도 있을 법하다.
이 영화는 국내 개봉 전에 외국에서 먼저 주목을 받았다. 지난달 열린 제69회 베를린영화제 파노라마 섹션에 소개됐다. 파노라마 섹션은 새로운 시각과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작품을 주로 엄선해 소개하는 부문이다.
fusionj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