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세계 최초로 휴대용 전자계산기를 만든 미국의 발명가 제리 메리먼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86세의 나이로 별세했다고 7일 AP 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보도했다.
메리먼의 딸 킴은 그가 작년 인공심박동기 이식 수술을 받고 텍사스주 댈러스 병원에서 심부전 합병증 등으로 투병하다 병세가 악화해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메리먼은 집적회로를 발명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잭 킬비 등과 함께 휴대용 전자계산기를 개발한 3명의 발명가 중 한 명이다.
그는 6년 전 미국 공영라디오 NPR과의 인터뷰에서 1965년 당시 그의 상사였던 킬비가 동료들을 불러 당시 계산 기구로 사용되던 계산자(slide rule)를 대신할 손 안에 들어오는 작은 책 크기의 기계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메리먼은 "나는 바보 같게도 단순한 계산기를 만든다고 생각했지만, 우리는 '전자 혁명'을 일으키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계산기에 들어갈 집적회로를 디자인하면서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일해야 했다고 또 다른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메리먼과 동료들은 1967년 휴대용 전자계산기로 특허를 신청한 뒤, 1974년 일본의 캐논사를 통해 최종 완성품을 시중에 내놨다.
1932년 텍사스 중부 헌 지역에서 태어난 메리먼은 11살에 이미 동네 라디오 수리공으로 유명할 정도로 발명가로서 남다른 면모를 보였다고 한다.
메리먼의 주변 친구들과 가족은 그가 항상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딸 멜리사는 아버지가 피아노 속 소리굽쇠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고 전했다.
멜리사는 메리먼이 비범한 업적을 이뤘지만 한 번도 자랑하거나 뽐내지 않는 겸손한 사람이었다고 밝혔다.
메리먼의 아내 필리스 역시 그가 유명세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그의 주변 친구들이 그의 작업을 인정해주는 것만으로 행복해했다고 그를 추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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