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성연 부산비엔날레 위원장 "변별성·정체성 뚜렷이 할 때"

입력 2019-03-10 12:11  

[인터뷰] 김성연 부산비엔날레 위원장 "변별성·정체성 뚜렷이 할 때"
'청년성·해양성·아시아' 부산비엔날레 초심 강조
부산현대미술관 겸직 논란에는 "겸직 맞는지 판단할 임무도 받아"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내년 20주년을 맞는 부산비엔날레는 변별성과 정체성을 뚜렷이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큰 틀에서 이런 부분에 대해 변화를 고민할 시기입니다."
제12대 부산비엔날레 신임위원장에 위촉된 김성연 부산현대미술관장이 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밝힌 각오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부산비엔날레 신임위원장으로 위촉됐다.
지역 문화계에서는 이례적으로 부산 미술의 큰 축인 현대미술관장과 부산비엔날레 위원장을 김 위원장이 겸직하게 되자 '적임자'라는 중론 속에서도 독립성 훼손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김 위원장은 부산 태생(1964년)의 미술계 중진이다. 그는 1999년 대안공간 섬을 시작으로 2002년부터 2011년까지 부산에서 공중목욕탕을 개조한 대안공간 반디를 운영하며 신진 작가 발굴 및 지원, 지역 미술의 담론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2017년 5월 부산현대미술관의 초대관장으로 취임한 후 이듬해 6월 개관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부산비엔날레 집행위원장 임기는 2021년 2월 말까지로 내년에 열리는 2020 부산비엔날레의 전시 감독 선정 등 모든 준비를 책임진다.

다음은 일문일답.

-- 신임위원장으로서 각오는?
▲ 부산비엔날레가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고 좋은 평가를 받는 만큼 중책에 따른 책임감이 막중하다.
부산비엔날레가 '부산청년비엔날레'로 시작한 지 40년이 되어가고, 부산비엔날레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지는 내년이 20주년이 된다.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아야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있다.
-- 부산비엔날레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시선이 많다.
▲ 최근 국내에 신생 비엔날레가 많이 생겨 비엔날레만 수십 개에 이른다.
미술계에서는 한 나라에 이렇게 비엔날레가 많이 생기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이런 큰 틀을 봤을 때 부산비엔날레 발전을 위해 조금 더 변별성과 정체성을 확보해야 할 때다. 그런 변화를 고민할 시기다.

-- 변화 방향을 생각한 것이 있나.
▲ 급격히 바꾸거나 지금까지의 성과를 무시하고 뒤집지는 않겠다. 지금까지 놓친 점은 없는지 되돌아보고, 발전 방향을 제시하겠다.
부산비엔날레 출발점이었던 청년비엔날레의 '청년성', 바다미술제가 가지고 있는 '해양성', '아시아 정체성' 등 초기에 거론됐던 것들이 제대로 돼왔는지 점검하고 구체적인 전략을 세워가겠다.
-- 선발 과정에서 부산시 입김 논란을 비롯해 부산현대미술관장과 겸직으로 인해 불거진 우려 섞인 시선도 있었다.
▲ 부산비엔날레는 지역의 자생적인 움직임에 의해 생성된 것으로 전략적이나 관 주도적으로 만들어진 다른 비엔날레와 차별성이 있다.
그래서 이런 우려도 있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부산현대미술관이 만들어진 배경에는 부산비엔날레 전용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 때문이다.
출발의 유사성과 함께 운영했을 때의 효율성·안정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덕에 두 직을 맡게 됐다.
제가 직접 경험하고 공론을 들으면서 향후 이런 방향(겸직)으로 가는 것이 맞는지 파악해 봐야 할 임무 또한 주어졌다고 생각한다.

-- 초대 현대미술관장 맡은 지 1년이 넘었다. 현대미술관 개관 때도 입지로 인해 우려가 컸는데.
▲ 현대미술관이 을숙도에 지어지며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운 입지조건과 현대미술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도를 봤을 때 상당히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또 이런 현대미술관으로 부산비엔날레를 옮겼을 때 그동안의 성과가 반감되거나 하지 않을까에 대한 우려도 나왔었다. 하지만 막상 개관하자 그런 우려를 완전히 반전시켰다.
미술관 개관 두 달과 비엔날레 기간을 합쳐 50만명 정도가 방문했다. 다른 미술관 1년 치 방문객만큼 오셨다. 관객이 많이 오는 게 큰 잣대는 아닐 수 있지만 그만큼 평가가 좋았다는 이야기다.


-- 지난해 부산비엔날레에서는 외형적 확장에 대한 경계 목소리를 스스로 냈다. 이런 기조 유지하나.
▲ 작년 같은 경우 '작가 수나 외형적인 물량의 확장은 피하겠다.
함축적이더라도 주제를 부각하겠다'는 취지로 전시 규모와 참여작가를 줄인 것으로 안다.
초심과 원점에서 생각하면 보이는 규모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프로젝트에 따라 결합하는 인원이 더 많아야 할 수도 있다.
내년 20주년 행사는 더 많은 공간을 활용할 수도 있고, 방향에 따라 규모나 예산을 더 늘려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지역 미술'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되나.
▲ 갈수록 지역미술계와 연계가 약화된다는 목소리가 많이 있어서 그런 관계들을 어떻게 조금 더 발전시키고 만들어 갈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
방안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현실적으로 어떻게 접목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민간의 작가나 단체들, 기관, 학교 등과 연관하고 어떻게 협업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다.
지역성을 가진 미술 담론이나 지역작가들이 부산비엔날래를 매개로 해외에 소개되거나 확장되는 국제 네트워킹은 부족했지 않으냐 하는 반성과 반문의 과정을 통해 좀 더 확장할 수 있는 방식도 고민하겠다.
rea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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