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이 금 매입하던 시기 금값 사상최고…이후엔 큰 폭 하락
중국, 무역갈등 장기화 우려·달러 의존 벗어나려 금 보유량 늘려
(서울=연합뉴스) 정수연 기자 = 우리나라 중앙은행은 금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을까.
9일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 내역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금 보유량은 47억9천만달러어치다. 전체 외환보유액(4천46억7천만달러) 가운데 극히 일부인 1.2% 비중을 차지한다.
무게로는 104.4t이고, 금괴 개수로는 약 1만개 상당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국제규격에 맞는 금괴 무게가 개당 9.6∼12.2㎏임을 감안하면 8천557∼1만875개 사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한은이 보유한 금은 한국엔 없고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 금고에 보관돼있다. 2004년 대구지점에 있던 금을 보낸 이후론 모두 영란은행에 두고 있다.
런던이 금 시장이 활성화된 만큼 금괴 거래가 편리하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영란은행에 보관료를 낸다.
한은의 금 보유량은 예전엔 약 10t에 불과했는데 김중수 총재 시절인 2011∼2013년에 빠르게 늘었다.
2011년에 40t, 2012년엔 30t, 이듬해엔 20t 규모를 사들였다. 국회 등에서 금 보유량이 다른 나라 중앙은행보다 적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외환보유액 중 금은 2011년 1월 8천만달러에서 2013년 2월 47억9천만달러로 증가한 뒤 지금까지 같은 규모다.
한은이 이후 만 6년째 금을 매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외환보유액에서 금 가격은 매입 당시 금액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시장가격 변동이 반영되지 않는다.
금 가격은 한은이 매입한 이후에 크게 떨어졌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국제 금 가격은 2011년 9월 5일 온스당 사상 최고인 1천900.23달러를 기록했으며 이후 2013년 6월을 기점으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달 7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는 온스당 1천286.1달러에 거래됐다. 고점인 2011년 9월 5일 대비 32.3% 떨어졌다.
이 때문에 한은이 금융위기 여파로 한창 금값이 비쌀 때 사들여 손해를 봤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은은 당분간은 금을 살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금이 무수익 자산이고 가격 상승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역시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를 사면 1년에 2%씩 수익이 나는데 금은 이자도 붙질 않는다"며 "지금은 금값 상승이 기대되는 상황도 아니다"고 말했다.
과거 금본위제를 했던 미국, 독일, 스위스 등은 금 보유량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미국 중앙은행은 금 8천133.5t, 독일은 3천369.7t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최근 금을 사들이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해 12월 9.07t의 금을 사들인 데 이어 지난 올해 1월엔 10.77t을 추가로 매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말 기준 중국은 1천852.2t을 보유한 것으로 세계금협회는 집계했다.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할 경우를 우려해 달러화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금을 매입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증권과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은행의 금 순매입량은 651.5t으로 전년(374.8t)보다 74% 늘면서 미국의 금 태환 중지로 브레턴우즈 체제가 막을 내린 197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274t을 순매입한 러시아의 경우 서방 제재 이후 달러 의존도를 낮추고자 금을 매입하고 있다"며 "중국 역시 최근 적극적으로 금을 매입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SG) 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은행이 금 보유량을 늘릴 이유는 없다"며 "미국 국채, 유동성이 큰 은행채, 우량 회사채 등이 보다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j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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