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성 기댄 대학가 SNS에 허위정보 넘쳐나
전문가 "SNS 순·역기능 모두 가져…수용자 비판적 자세 필요"
(충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최근 에이즈 괴담으로 충북의 한 대학이 발칵 뒤집힌 것을 포함해 전국의 대학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 떠도는 이른바 '가짜뉴스'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가짜뉴스의 무분별한 유포를 완전히 차단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이를 받아들이는 수용자들의 비판적인 자세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지난달 28일 오후 4시 30분께 충북 충주의 국립 한국교통대학교 인터넷커뮤니티에 '에이즈에 걸렸는데 기숙사 입소가 가능한가'라는 취지의 질문이 올라왔다.
게시된 글이 또 다른 인터넷커뮤니티에 퍼지며 논란이 급속히 확산했다.
이 대학 기숙사에는 매일 수백 통에 가까운 학생과 학부모들의 확인 전화가 빗발쳤다.
결국, 지난 5일 대학 측이 사실확인을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상황까지 갔다.
처음 SNS에 글을 올린 이 대학 4학년 학생이 '궁금해서 그랬다'고 학교에 사과하면서 사태가 해프닝으로 마무리됐지만, 이후에도 대학 측은 사태를 수습하느라 진땀을 뺐다.
지난해 10월 울산대 SNS에도 한 학생이 "대학교에서 바늘 박힌 고양이 간식을 발견했다"는 글과 사진을 올려 교내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이 게시물에는 2천 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며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경찰도 동물 학대 의심 사건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지만, 작년 12월 초 증거 불충분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지난 1월 이 글의 최초 유포자는 "학교 수업을 위해 시도한 자작극이었다"라는 취지로 사과문을 올렸다.
충북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사안에 따라 다르겠지만 악의적으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 거짓 소식을 유포할 때는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현행 형법상 허위사실을 유포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가짜뉴스로 소문의 당사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도 있었다.
2016년 5월 부산 동아대학교 학내에는 모 교수가 여학생을 성추행했다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었다.
대자보 상 가해자로 지목돼 괴로워하던 교수는 한 달 뒤인 그해 6월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이후 수사기관의 조사를 통해 이 대자보의 내용은 허위인 것으로 확인됐고, 해당 대자보를 붙인 학생은 법원으로부터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퇴학당했다.
홍창우 한국교통대 홍보실장은 "익명의 SNS 공간은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드러내 이슈화하는 순기능도 하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허위정보를 빠르게 전파해 피해를 주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짜뉴스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수용자 스스로가 정보를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합리적으로 의심하고 비판하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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