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서 대통령 5선 출마 저지 최대 시위…"50만명 운집"(종합)

입력 2019-03-09 03:00  

알제리서 대통령 5선 출마 저지 최대 시위…"50만명 운집"(종합)
부테플리카 대통령 대선 출마 반대…28년만에 최대 규모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알제리 수도 알제에서 8일(현지시간) 군중 수십만 명이 모여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82) 대통령의 5선 출마를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고 AP 통신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시위대는 이날 이슬람 금요예배가 끝난 뒤 알제 중심 도로를 행진했고 이를 구경하는 시민들이 꽃과 사탕을 던지며 지지를 표시했다.
이날 금요예배에서 설교자들은 평소와 달리 대통령을 위해 기도하지 않고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기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시위대는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고 평화롭게 시위를 벌였지만 경찰은 대통령 궁 주변에서 최루탄을 발사하며 접근을 막았다.
알제리 당국은 이날 시민이 모이지 못하도록 지하철과 철도 운행을 중단했다.
시위대는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건강을 이유로 4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위대의 요구는 5선 출마 포기에 그치지 않고 만성적인 실업난, 기득권의 부패를 청산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확산하고 있다.
그의 5선을 반대하는 금요 시위는 이날이 세 번째로, 이번 주 들어서는 매일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 규모도 점차 커지는 추세다.
이날 시위는 1991년 이슬람주의 정부 등장을 막으려고 군부가 의회 선거를 취소하자 벌어진 항의 시위 이후 28년 만에 최대 규모다.
시위 참여자 규모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으나 AP통신은 경찰을 인용해 50만명으로 추산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국민적 요구가 뜨겁지만 야권이 약 30개 정파로 분열한 탓에 정치권에서는 부테플리카 대통령을 효과적으로 압박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군부는 현재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1999년 취임한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20년간 알제리를 통치했다. 그가 다음 달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히자 젊은 층, 지식인층, 야권을 중심으로 이를 반대하는 움직임이 거세다.
이에 지난 3일 대선에서 승리하면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조기 대선을 실시하겠다며 유화책을 제시했다.
그는 2013년 뇌졸중 증세를 보인 이래 휠체어에 의지한 채 공개 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현재 건강 검진을 이유로 지난달 24일 스위스 제네바의 병원에 입원했다.
이 병원 앞에서도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전날 알제리 국영 APS통신을 통해 발표한 메시지에서 시위와 관련, "많은 국민이 평화롭게 의견을 표현하고 있지만, 국내외의 일부 교활한 세력이 침투해 폭동을 선동하고 대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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