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앞서 '클럽시위'도…"내가 춤출 수 없으면 그것은 혁명이 아니다"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서울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썬과 관련해 마약류·성범죄 의혹이 커지는 가운데 111주년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페미니즘 단체들이 클럽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불꽃페미액션, 녹색당,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등 페미니즘 단체들은 8일 오후 8시께 서울 강남구 신사역 인근에서 '버닝, 워닝'(Burning, Warning)이라는 이름으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먼저 "행사 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10명 중 77명이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대답했다"며 "전국 클럽 내 성폭력 발생 전수조사, 클럽 내 CCTV 의무 설치 등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테이프로 이어 붙인 고추를 가위로 자르는 '강간문화 커팅식'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후 200여명의 참가자가 행진을 시작했고, 버닝썬과 함께 마약유통·폭행 의혹에 휩싸인 아레나 클럽을 거쳐 버닝썬이 입주한 르메르디앙 호텔 앞까지 "성폭력 난무하는 클럽문화 불태우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걸었다.
강남역 인근에 인파가 몰리는 금요일 저녁임에도 시위대는 질서를 유지하며 큰 충돌 없이 행진을 이어갔다.
참가자 중 일부는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장미꽃을 들고 걸었으며, 남성도 15명가량 참여했다.
시위대는 오후 9시께 버닝썬 입구에 도착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클럽 MD로 활동 중인 A씨는 발언대에 올라 "직원으로 일을 해보니 클럽은 가장 여성 혐오적인 범죄 공간이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클럽에서는 직원들에게 성매매 산업에서의 영업 전술과 유사한 전략을 취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의 활동가 '혜진'은 "클럽은 여성들에게 갖은 희롱과 추행, 강간이 뒤따라오는 젠더화된 공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성들이 걱정 없이 마음껏 신나게 놀 수 있는 공간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버닝썬에서 경찰 유착 의혹과 마약·세금 탈루 의혹 등이 덧붙여져 문제가 크게 불거지고 나서야 '아 여기에서 여성이 성폭력을 당했었구나'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면서 "여성 혐오와 성차별·성폭력 문화는 오래된 사회 문제"라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또 "그동안 강간문화에 부역해 온 남성들이 있다면 반성하고 스스로 페미니스트가 되어 같이 싸워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내가 춤출 수 없다면 그것은 혁명이 아니다"라는 구호로 발언을 마쳤다.
이후 시위대는 '오픈 야외 클럽'을 열어 시위 현장에서 음악을 틀고 춤을 추는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여성도 강간이나 성폭력을 걱정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클럽을 원한다"며 행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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