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제시 시한까지도 합의 불발…협상 재개 불확실
물량 없으면 공장 가동률↓…구조조정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가 사측이 정한 시한까지도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잠정 합의에 실패하면서 신규 수출 물량 배정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닛산 로그 생산이 끝나는 오는 9월까지 수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공장 가동률이 절반으로 떨어지고 구조조정까지 검토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르노삼성에 따르면 노사는 지난 8일 오후 2시부터 자정까지 집중 교섭을 벌였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8일은 르노 본사가 노사 협상 마무리 시한으로 정한 날이다.
앞서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대표는 지난달 26일 부산공장에서 노조 집행부와 만나 후속 물량 배정 등 경영 일정상 임단협 협상을 8일까지는 마무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는 지난달부터 내년도 글로벌 생산물량 배분을 위한 사업계획을 수립 중이다.
글로벌 생산기지들이 신규 생산물량을 따내려면 르노삼성도 당장 본사 측에 사업계획을 제출해야 하지만, 임단협 타결을 못 한 상태여서 제안을 하기가 힘든 입장이다.
부산공장은 현재 전체 생산량의 48%를 차지하는 닛산 로그 위탁생산 계약이 오는 9월 종료된다.
혼류생산을 하는 공장 특성상 새로운 차종을 생산하기 위해선 별도 라인을 구성하고 시범생산을 하는 등 준비 과정에만 수개월 이상 걸린다.
이런 이유로 르노삼성 사측은 노조에 이달 내에 임단협을 타결해 후속 물량 배정 일정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해왔고, 나아가 이날을 협상 시한으로 못 박은 것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결국 노사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함에 따라 향후 부산공장의 지속가능성은 큰 위협 상황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일정 또한 현재 논의된 사항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이 로그 후속 물량 배정과 관련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인건비 등 고정비가 올라 얼라이언스의 다른 공장에 비해 경쟁력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사측에 따르면, 부산공장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매년 2∼3%씩 올라 2017년 기준으로 7천800만원에 달해 5년 전과 비교해 20% 상승했다.
시간당 임금 수준은 닛산 규슈공장보다 높아져 현재 얼라이언스의 46개 공장 가운데 3위까지 올랐다.
노조의 부분파업이 장기화해 생산 안정성이 떨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노조는 지난해 임단협 협상을 놓고 지금까지 42차례에 걸쳐 총 160시간의 부분파업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1천780억원가량의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
르노삼성은 로그 후속 물량을 배정받지 못할 경우 내년에 국내 출시할 예정인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수출을 강화하는 등 여러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형 SUV 생산까지의 공백 기간에는 주력 차종은 SM6와 QM6 생산을 늘리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로그를 대체할 만큼의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게 문제다. 현재 부산공장은 연간 10만대 수준의 내수 생산물량만으로는 2교대 운영이 어려운 현실이다.
르노삼성의 내수 시장 부진이 깊은 것도 악재다.
이 회사의 지난달 내수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8.0%, 전월 대비 4.9% 각각 줄었다. 작년 한 해 판매실적도 9만369대로 1년 전보다 10.1% 감소했다.
결국 로그 후속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르노삼성은 공장 가동률이 하락해 당장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해야 하고, 더 나아가 인력 감축과 같은 구조조정까지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지엠(GM)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 경우 부산 지역의 협력업체 등에도 연쇄 피해가 불가피하다.
르노삼성 협력업체는 전국적으로 260개사에 달하며, 부산과 경남에 있는 1차 협력업체에만 1만2천여명이 종사하고 있다.
부산·경남 협력사들은 이미 작년 말부터 르노삼성의 생산 감소와 불안정한 가동으로 공장 가동률이 60%대로 떨어졌고 1천100억원대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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