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속옷·토플리스 등 각양각색 시위…임금격차·폭력 등 해소 촉구
수단, '반정부 시위' 구금여성 석방…에콰도르, 피살여성 자녀에 수당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세계 여성의 날'인 8일(현지시간) 전 세계 수 백만명의 여성이 거리로 나와 임금 격차와 폭력, 광범위한 불평등과 관련해 '차별 없는 세상'을 요구했다.
한국 여성들은 '마녀 차림'으로, 볼리비아 여성들은 '대형 속옷' 모형을 동원해 눈길을 끌었고, 독일 페미니즘 단체 회원들은 상의를 탈의한 '토플리스'(topless) 차림으로 행동에 나섰다.
AP 통신은 이날 서울에서 검은 망토를 두르고 뾰족한 모자를 쓴 여성들이 '마녀사냥'에 반대하는 행진을 했다고 보도했다.
또, 북한 사람들도 '여성의 날'을 기념하며 평양 시내 꽃가게에서 어머니나 부인을 위해 장미꽃을 사고, 가족사진을 찍기도 했다고 AP는 전했다.
인도 뉴델리에서는 수백 명의 여성이 가정폭력과 성폭력, 직업차별 철폐를 외치며 행진했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는 여성 근로자가 임신하면 퇴사 조치하는 등의 성차별적 관행 철폐를 요구하는 피켓시위가 열렸다.
필리핀 마닐라에서는 보라색 티셔츠를 입은 여성들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행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종종 성차별적 농담을 하고, 권위주의적인 행동으로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스페인에서는 대규모 집회와 2시간의 부분 파업이 전국에서 벌어졌고, 터키 이스탄불에서는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시키려고 최루탄을 발사했다.
독일 함부르크에서는 상의를 탈의한 페미니즘 단체 회원들이 홍등가로 몰려가 일반 여성의 출입을 막는 동시에 홍등가 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설치된 철문을 무너뜨렸다.
여성들의 시위는 아프리카와 브라질, 푸에르토리코,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등 남미에서도 열렸다.
케냐 나이로비 시위에 참여한 에스더 파사리스는 "우리는 아직 여성들이 '성폭력을 당했다'고 참지 않고 말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브라질에서는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성평등과 여성폭력의 종식을 외치고, 극우 대통령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했다.
볼리비아 여성들은 커다란 속옷 모형에 '무책임하고 학대하는 아버지의 속옷', '아동 성추행범의 속옷'이라는 메시지를 쓴 뒤 이를 들고 행진했다.
이날 '여성의 날'을 맞아 집회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행사가 열렸고, 여성을 위한 메시지와 정책도 나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국가주의, 포퓰리즘, 긴축정책은 여성의 권리를 축소하는 정책과 함께 불평등을 가중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은 여성의 비전, 리더십, 용기를 기리며 모든 곳에서 여성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메시지를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는 '세계 용기 있는 여성상' 수상식에 참석해 "용기는 변화에 대해 말만 하는 사람과 실제로 변화를 위해 행동하는 사람을 구분한다"고 말했다.
아비 아흐메드 에티오피아 총리는 "여성은 국가의 기둥이다. 그들의 희생이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에서 잇단 개혁 정책으로 주목받아온 아흐메드 총리는 지난해 장관 20명 가운데 10명을 여성으로 채웠다.
오마르 알 바시르 수단 대통령은 '여성의 날'을 맞아 반정부 시위로 구금 중인 모든 여성의 석방을 지시했다.
작년 12월부터 수단에서는 매일 바시르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으며, 현재 150명의 여성 시위자가 구금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은 살해당한 여성들의 자녀를 위해 매달 300 달러(34만 원)의 수당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약 88명의 고아가 도움을 받게 됐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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