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무역 흑자 6년 만에 200억달러 밑으로…환율조작국 요건 중 1개만 해당
시장 쏠림 현상 때 대응 늦어질까 우려…공개 내역 확대 땐 부담될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우리나라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 내역이 이달 말 처음으로 공개된다.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가 본격화하면 외환시장 투명성이 높아지며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를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론 쏠림 현상이 발생할 때 당국의 대응이 둔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외환 당국의 외환 순거래내역이 석달이 지난 이달 말 한은 홈페이지에 게시된다.
총매수액, 총매도액은 공표하지 않고 총매수액에서 총매도액을 뺀 순거래 내역만 공개된다.
외환시장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당국의 개입이 많지 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장이 수급 상황에 따라 안정적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매달 얼마 개입이 아니라 반기별, 순거래 내역만 공개되기 때문에 공개 부담이 크지 않다"며 "작년에 외환 당국이 매수 개입을 공격적으로 하지 않았고 수급 상황대로 시장이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 원/달러 환율의 하루 중 변동 폭은 평균 5.5원이었다. 종가 기준 전일 대비 변동 폭은 평균 4.0원이었다.
환율 변동성은 작년 상반기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루 중 변동 폭은 작년 상반기(5.3원)보다 소폭 확대했으나 전일 대비 변동 폭은 4.2원에서 줄었다.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 조치는 외환 정책의 투명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지난해 결정됐다.
정부는 외환시장 개입 규모가 크지 않고 일부러 원화가치를 떨어뜨리려는 개입을 하지 않는데 괜히 불필요한 의심을 살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 결정했다. 그동안 국제통화기금(IMF), 미국 등 국제사회의 요구도 컸다.
다만 정부는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작년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까지는 반기별로, 이후부터는 분기별로 공개하되, 해당 기간 종료 후 공개까지 3개월 시차를 두기로 했다.
또 시장에서 외환당국의 움직임을 쉽게 파악하지 못하도록 개별 거래내역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외환시장 개입내역이 공개되면서 한국은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를 상당 부분 덜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은 매년 4월, 10월 환율보고서를 내고 환율조작국을 지정한다. ▲ 대미 무역수지 흑자 200억달러 초과 ▲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 3% 초과 ▲ 외환시장 한 방향 개입(GDP 대비 순매수 비중 2% 초과) 등 세 가지 요건에 모두 해당될 때 지정된다.
한국은 대미 무역수지,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 등 2가지 요건 때문에 관찰대상국에 올랐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2017년 11월과 작년 1월 한국 외환당국이 원화 절상 속도 조절을 위해 매수 개입 규모를 늘렸다고 지적했다.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면 '외환시장의 한 방향 개입' 요건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당국이 시장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낼 수도 있다.
지난해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도 6년 만에 200억달러 밑으로 내려간 터라 부담은 더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환율조작국 요건 3가지 중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요건에만 해당하는 셈이다. 작년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4.7%였다.
그러나 가뜩이나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시장 쏠림 현상이 나타날 때 당국 대응이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미중 통상 마찰은 아직도 해결책이 보이지 않고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도 매듭지어지지 않았다.
여기에 중국, 유로존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며 글로벌 교역 둔화, 성장세 약화 가능성도 적지 않다.
미국 연준과 유럽중앙은행 등 주요국 통화정책 방향과 속도 불확실성이 확대했다.
이에 더해 외환시장 개입 내역 기준이 더 까다로워질 가능성도 있다.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 공개 수준은 다른 국가보다 낮은 편이다.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는 국가 중 미국, 스위스를 제외한 나머지는 대부분 하루, 일주일, 월 단위로 개입 내역을 공개한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중앙은행(ECB) 소속 국가들이나 영국, 일본 아르헨티나 등은 순거래 내역이 아닌 총매입·총매도 규모도 공개한다.
한은 관계자는 "아직 개입 내역 확대 등은 논의되지 않고 있으며 당분간은 시장 영향을 지켜볼 것"이라며 "당국은 쏠림 현상이 있을 때 시장 안정을 위해 예외적으로 개입해왔으며 앞으로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 때문에 해야할 일을 못 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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